
[더구루=진유진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직접 들여온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미국 현지에서 '가장 비싼 패스트푸드 체인' 2위에 오르며 또 한 번 불명예를 안았다. 국내에서는 매각설을 일축하며 고성장 중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혹평과 논란은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주고 있다. 김 부사장이 호텔·급식·푸드테크 등으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일각에서는 파이브가이즈가 그룹 전략 변경의 '계륵'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미국 최대 포털 '아메리카온라인(AOL.com)'에 따르면 파이브가이즈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패스트푸드 체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조사는 미국 주요 50개 도시 내 1만여 개 레스토랑에 대한 구글 리뷰 5만7245건을 분석해 'overpriced(과도하게 비싼)', 'rip-off(바가지)', 'expensive(비싼)', 'not worth it(가치 없음)' 등 부정 키워드 출현 빈도를 집계한 결과다.
현지 소비자들은 파이브가이즈에 대해 "과대평가됐다", "가격도 비싸다" 등 혹평을 쏟아냈다. 1위는 쉐이크쉑, 3위는 슈거팩토리가 각각 차지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파이브가이즈 치즈버거가 '미국에서 가장 건강에 해로운 치즈버거' 1위로 선정됐다. 해당 제품은 열량 980kcal, 지방 55g, 나트륨 1050mg으로 맥도날드·버거킹 등 주요 경쟁 브랜드보다도 낮은 건강 지표를 기록했다. <본보 2025년 7월 23일 참고 한화 김동선도 포기한 파이브가이즈, 美서 '최악의 치즈버거' 1위 오명>
국내 상황도 복잡하다. 파이브가이즈 한국 운영사이자 한화갤러리아 100% 자회사인 에프지코리아가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일부 사모펀드에 투자 안내서를 배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설이 불거졌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4일 부랴부랴 입장문을 통해 "아직은 검토·추진 단계로 향후 방향성이 확정된 바는 없으며, 회사와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국 파이브가이즈의 경쟁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며 "흑자 기조 속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국내 사업권 매각이 논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김 부사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F&B 신사업 다수가 정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파이브가이즈 역시 포트폴리오 재편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김 부사장이 F&B 혁신을 목표로 시도했던 로봇 외식 브랜드 '유동'과 '파스타X' 등은 각각 1개월, 1년 만에 폐점했다.
김 부사장은 올해 들어 F&B 사업보다 프리미엄 리조트·급식·푸드테크 중심 포트폴리오로 방향을 돌리는 모습이다. 급식기업 아워홈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망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2000억원 규모 고급 리조트 인수도 저울질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계열사 한화로보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조리 자동화·룸서비스 로봇 도입, 인건비 절감형 호텔 운영 등도 구상 중이다.
이 같은 전환 움직임은 김 부사장이 맡고 있는 본업인 백화점 실적 부진과 맞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갤러리아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6% 감소한 18억원에 그쳤고,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도 479억원으로 1년 새 37%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두 배 이상 늘었다.
파이브가이즈는 김 부사장의 F&B 리더십 상징이자 시험대였지만, 현재는 그 상징성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전략의 한계를 인정하고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조정하는 시점에서, 김 부사장이 이제는 실질적인 수익성과 성과로 말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