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실리콘 음극재가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도 앞다퉈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대량 양산 기반을 확보하고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산(杉杉股份), 상하이타미(上海拓米), 커촹신소재(科创新材) 등 중국 소재 회사들은 잇따라 실리콘 기반 음극재와 관련 재료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실리콘 음극재 채택 사례가 늘면서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산산은 닝보시에 연산 4만t 규모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착공했다. 상하이타미는 10억 위안을 투자, 저장성 란시시에 연산 360t 실리콘 나노와이어 음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커촹신소재는 1억3000만 위안을 들여 연산 6000t 규모 실리콘 카바이드(SiC, 탄화규소) 복합 소재 생산기지를 짓는다.
상하이타미의 실리콘 나노와이어와 커촹신소재의 실리콘 카바이드는 실리콘 음극재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해주는 재료다. 실리콘 나노와이어는 음극재 단면 지름을 1나노미터(nm)인 극미세선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실리콘 부피 팽창 문제를 완화해준다. 실리콘 카바이드는 실리콘이 전해액과 반응하는 것을 막아 배터리 용량을 높이고 내구성을 강화해준다.
음극재는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과 함께 리튬이온배터리 4대 핵심 소재로 꼽힌다. 에너지 저장·방출의 역할을 수행, 배터리 효율,사이클 성능, 배율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조흑연, 천연흑연, 실리콘 등이 원료로 사용된다. 중국이 글로벌 음극재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산 음극재의 약 83%에는 인조흑연이 쓰인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탄소)을 사용할 때보다 배터리 에너지밀도를 개선하고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실리콘은 부피가 팽창해 배터리를 손상시킨다는 문제가 있어 이는 각 기업들이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29억 달러, 2030년 14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음극재는 '꿈의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해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필수 소재다. 현재도 다양한 기업들이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한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CATL은 차세대 기린배터리에 미국 실라 나노테크놀로지(Sila Nanotechnologies)로부터 받은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20~40% 높아 800Wh/L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배터리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오는 2020년대 중반께 출시 예정인 G-클래스 차량에 탑재될 전망이다.
궈쉬안은 올해 납품할 반고체 배터리에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에너지밀도는 360Wh/kg에 도달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밖에 선우다와 허니컴에너지도 실리콘 음극재 기반 배터리를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는 안전성이 높은 대형 원통형 전지를 시작으로 올해 성장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고체 배터리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실리콘 음극재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