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없던 신격호·성과주의 신동빈'…日롯데리아 매각으로 드러난 '원롯데'

日롯데리아 매각, 신 회장 위기의식·경영철학 담겨
'유통→배터리·바이오' 경영자원 집중위한 사전작업

 

[더구루=한아름 기자] "시작한 사업은 절대 포기하자 말라."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신격호) 창업주라면 롯데리아는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일본 롯데리아 매각을 두고 다마쓰카 겐이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의 소신발언이 눈길을 끈다. 한번 시작한 사업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키우고 다른 부분을 엿보지 않았던 것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소신으로 꼽힌다.

 

생전 신 명예회장은 "잘하지도 못하는 분야에 빚을 얻어 사업을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미래 사업 계획을 강구해서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신동빈 회장은 혁신을 위한 적극적인 도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철저한 성과주의 가 경쟁력의 원천인 문화에 힘을 주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일본 롯데리아를 현지 외식업체에 팔았다. 매각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롯데홀딩스는 "그룹 성장 전략을 검토한 결과 향후 지속적인 성장과 가치 극대화를 위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신 명예회장 타계 3주기를 맞아 롯데그룹에서 가장 눈에 뜬 변화는 일본 롯데리아 매각이라고 말한다. 신 명예회장과 오랜 교류를 이어온 겐이치 대표이사는 "신 명예회장이었다면 롯데리아는 매각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는 한번 시작한 사업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쳐왔다"고 했다. 롯데월드타워 설계를 맡았던 오쿠노 쇼 건축연구소 회장도 신 명예회장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매각으로 '원롯데'를 외친 신 회장이 아버지인 고(故) 신 명예회장의 경영 체제에서 본격 벗어나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신 회장이 원롯데를 강조하며 양국 사업을 조율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경영권을 모두 장악한 가운데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롯데리아 매각이 고민의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롯데의 '성장 DNA'를 일본롯데에 이식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같은 신 회장의 행보에 대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흔적 지우기'로도 해석한다. 과거 일본롯데가 신 전 부회장이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방식대로 운영돼 왔다면 이제는 '신동빈 스타일'로 탈바꿈시키려 행보라는 설명이다. 

 

신 회장은 앞서 기존 사업의 턴어라운드 실현을 위한 솔루션을 주문하며 뉴롯데를 강조했다. 이 같은 경영 쇄신은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 신 회장이 그리는 뉴롯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신 회장의 최근 행보는 '글로벌 롯데'가 키워드로 정리된다. 일본을 포함해 미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신규로도 진출하는 등 글로벌 보폭을 빠르게 해 나가고 있다. 일본롯데의 투자 확대 등을 '글로벌 롯데'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계 일각의 중론이다. 


롯데그룹의 행보를 보면 원롯데의 방향타와 롯데가 처한 위기의식과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업 체질 개선에 대한 신 회장의 고민이 녹아들어 있다. 그룹의 축인 유통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고부가 화학 제품·배터리 소재·바이오 등 미래 시장 진입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 관전포인트다. 배터리 소재·바이오 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경영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사전 준비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을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들며 신 회장식 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며 "신 회장이 주도하는 경영 드라이브로 롯데그룹에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회장은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실패는 무엇인가 시도했던 흔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인 도전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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