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일본이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경쟁사로 입찰에 참여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양사는 같은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 관련 소송전도 중단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은 CPSP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앞서 캐나다 오타와 주재 일본 대사관도 정보제공요청서(RFI) 답변 마감일 3일 전인 지난 15일 일본 기업들의 CPSP 입찰 참여 포기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오타와 주재 일본 대사관은 “일본 기업들이 CPSP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일본 기업들은 캐나다 정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은 캐나다의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할 잠수함으로 타이게이급 잠수함을 제안할 계획이었다. 타이게이급 재래식 디젤 전기 추진 잠수함은 일본 함대 중 가장 최신형이며, CPSP 팀도 캐나다 해군을 위해 고려한 옵션 중 하나였다.
다만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은 CPSP 납기 문제로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이 호주 호위함 사업을 수주할 경우 CPSP 사업 납기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호주 정부는 오는 2026년 건조에 들어가 2029년에 인도를 요구하고 있으며, 캐나다 정부도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빠른 납기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마크 노먼 캐나다 글로벌 문제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일본은 애초에 군사 장비를 대량으로 수출한 전력이 없다”면서 “캐나다의 잠재적 구매가 국가 전략을 바꿀 만큼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이 CPSP 수주전에서 이탈하면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기대감도 높아진다. A26급 잠수함으로 유명한 스웨덴 사브와 타입 212·214 잠수함 건조 업체인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도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현지 업계에선 한국과 일본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였다.
지난 4월에는 메리 응 캐나다 국제통상부 장관이 이끄는 캐나다 무역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과 HD현대 사업장을 둘러보고 기술력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법적 분쟁을 마무리 한 것도 긍정적이다. 한화오션은 KDDX 입찰 관련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했던 경찰 고발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올해 3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한편, CPSP는 캐나다 왕립 해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디젤-전기 추진 방식의 재래식 잠수함을 교체하는 사업으로 3000톤(t)급 신형 잠수함 12척을 발주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 규모만 70조원에 달하며 이르면 2026년 공급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