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칠레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구리·리튬 공동 투자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칠레엔 '오일머니' 사우디의 막대한 자본을 통한 광물 개발 기회를, 사우디엔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전망이다.
칠레 국영 광산 기업 코델코(Codelc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코델코와 사우디가 구리 부문 공동 투자 관련 초기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지난해 7월 양국 간 광물 회동 이후 후속 조치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칠레를 방문한 반다르 빈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사우디는 칠레에서 리튬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한 후 배터리를 제조·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보 2024년 7월 30일 참고 '오일머니' 사우디, 코델코와 칠레 리튬 개발 논의>
따라서 이번 협력은 사우디가 자국 내 가공을 위해 칠레산 리튬을 수입하려는 계획과 맞물려 리튬 분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막시모 파체코 코델코 회장은 칠레 연례 미래 광물 포럼에서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공동 투자 기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델코와 사우디 간 논의는 기술 이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사우디의 담수화 전문성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인공 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채굴 작업에 도입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칠레는 세계 2위 리튬 생산국으로, 지난해 정부가 20개 이상의 리튬 염호를 민간 투자자에게 개방하며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사우디는 자국 내 광물 자원 활용과 글로벌 리튬 공급망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최근 사우디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Aramco)와 국영 광업 기업 마덴(Ma'aden)의 합작회사(JV)를 통해 글로벌 리튬 공급망 장악에 나섰다. 양사는 합작사를 통해 리튬 고농도 매장지에서 자원을 추출하는 동시에 직접추출기술(DLE)을 개발한다. 이는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배터리·전기차(EV)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본보 2025년 1월 16일 참고 사우디, 리튬 장악 나선다…아람코·마덴 합작사 설립>
사우디는 국부펀드(PIF)와 마덴이 합작 투자한 마나라 미네랄(Manara Minerals)를 통해 해외 광산 지분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23년 브라질 발레(Vale) 구리·니켈 사업 부문 지분 10%를 260억 달러(약 37조8870억원)에 인수했으며, 70억 달러(약 10조2000억원) 규모 파키스탄 레코 디크(Reko Diq) 구리·금광 지분 확보도 추진 중이다.
현재 사우디는 연간 36만5000 톤(t)에 달하는 자국 내 구리 수요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오는 2035년까지 구리 수요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칠레와의 협력은 사우디의 장기적인 원자재 전략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