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4월 말 외환보유액은 4046억7000만 달러(약 563조9000억원)다. 3월 말(4096억6000만 달러)보다 49억9000만 달러 줄었다. 2020년 4월(4049억8000만 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월간 감소 폭은 지난해 4월(59억9000만 달러) 이후 최대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국민연금과 체결한 외환 스와프 거래를 꼽았다. 지난달 9일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된 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87.6원까지 오르며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에 한은과 외환 스와프를 체결한 국민연금의 환헤지(위험 분산)용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앞서 두 기관은 지난해 65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언제든지 달러를 빌려 쓸 수 있는 외환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외화예수금 이탈이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 말 회계 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유입됐던 외화예수금이 다시 빠져나간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00억 달러 선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 스와프 만기 시 국민연금에서 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금융기관 예수금도 계절적 특성에 따른 것인 만큼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환보유액 감소 여파로 한국의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도 하락했다. 3월 말 기준 한국은 세계 10위로, 전월보다 한 단계 내려섰다. 중국(3조2407억 달러)과 일본(1조2725억 달러), 스위스(9408억 달러)가 상위권을 유지했으며, 독일은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 가격 상승 영향으로 두 계단 올라 8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