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자체 배터리 생산계획 없다"…SK이노 의존도 높아질 듯

잼 해킷 포드 CEO 발표
배터리 투자비 대비 전기차 생산량 충분치 않아
SK이노, 포드 픽업트럭 F-150에 배터리 공급

 

[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완성차 회사 포드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개발·양산에 들어가는 비용과 리스크를 고려할 때 외부에서 공급받는 방안이 경제적이라고 봤다. 포드가 외부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기조를 이어가며 기존 공급사인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짐 해킷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말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공급망에 있는 여러 관계자를 만나고 6개월 전부터 자체 배터리 셀 제조가 포드에 유리한지 심층적으로 분석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분석 결과) 배터리 셀 공장에 투자하는 게 비용이나 소싱 측면에서 이점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셀을 직접 양산하기보다 외부에서 받는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포드의 방향성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대조된다. 미국 테슬라는 일명 '로드로너 프로젝트'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미국 프리몬트 공장에 시험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양산을 위한 증설을 진행 중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과 오하이오주에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도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와 배터리 연구·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포드가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이유는 경제성에 있다. 배터리 공장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데 현재 수준에서는 이 투자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만큼 전기차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게 포드의 판단이다.

 

하우 타이 탕 포드 제품 개발·구매 총괄은 "배터리 공장에 쏟는 비용을 정당화하려면 매년 10만~15만대의 전기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체 생산라인이 전기차인 테슬라와 같은 회사를 제외하고 일반 회사들은 투자비를 정당화할 수준의 충분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요타의 실패 사례도 본보기가 됐다. 도요타는 니켈금속수소화물(NiMH) 배터리에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 넘게 투입해왔는데 전기차 시장이 리튬이온배터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투자 방향을 바꿔야 했다.

 

타이 탕 총괄은 "한국, 일본,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최신 기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이들을 비교하는 방법이 더 좋을 것"이라며 "여러 업체와 거래해 공급사끼리 경쟁시키면서 궁극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드가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강조하며 SK이노베이션의 수혜가 예상된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의 첫 미국 고객사다. 2022년에 출시할 전기 픽업트럭 'F-150'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 수요에 대응하고자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9.8GWh 규모의 배터리 제1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올해 초 제2공장 추가 건설을 결정했다. 제2공장은 11.7GWh 규모로 1·2공장에 대한 투자액은 3조원이 넘는다. 장기적으로 50억 달럭(약 6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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