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도담 기자]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쏘나타 전 주기 생산을 시작했다. 현지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반제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던 현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화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현대·기아차 차량의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현지화 전략은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조립생산 전문기업 아브토토르(Avtotor)는 지난 7일(현지시간) 칼리닌그라드 지역 자사 공장에서 현대 쏘나타의 전 주기 생산을 시작했다.
아브토토르는 연 최대 25만대를 조립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을 갖추고 현대·기아와 제네시스, BMW 브랜드 차량을 반제품 상태로 들여와 조립생산하는 자동차 위탁 조립생산(SKD) 전문 기업이다. 2017년부터 현대 쏘나타를 위탁 생산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기아차 셀토스도 위탁 조립생산 중이다.
쏘나타는 지금까지 대부분 부품을 반조립 상태로 들여와 이곳에서 단순 조립하는 방식으로 현지에서 판매해 왔다. 그러나 이제부턴 차체 용접부터 도장(페인팅)에 이르는 차량 생산 전 과정을 현지에서 진행키로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 엔진 생산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엔진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10월부턴 엔진도 현지 생산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연 최대 생산능력 23만대에 이르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현지 전략모델 3종(현대 크레타·쏠라리스, 기아 리오)을 생산하고 있으나 늘어나는 현지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곳 가동률은 지난해 104.3%로 100%를 웃돌았다. 올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8월부터 3교대 풀 가동 체제로 복귀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총 3만8922대(현대 1만8380대, 기아 2만402대, 제네시스 140대)를 판매하며 현지 점유율 25.2%를 기록했다. 현지 판매 차량의 4분의 1 이상이 현대·기아차라는 점에서 2019년 기준 176만대 규모의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사실상 '국민차' 반열에 오른 모습이다.
현대 쏘나타 현지 판매량은 9월 기준 978대로 현지 주력모델 크레타(7790대), 쏠라리스(5410대)와 비교해 적은 편이지만 전년대비 증가율은 35%에 이르는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특히 이번에 쏘나타 현지화율을 끌어올리면서 현지 판매 쏘나타 라인업을 2.0리터 엔진, 2.5리터 엔진을 비롯해 총 6개로 세분화할 수 있게 돼 현지 판매량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분간 현대·기아차의 러시아·CIS 지역 현지화 전략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 7월 연 최대 생산능력 10만대 규모로 평가되는 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인수해 현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법인(HMMR) 차량부문 시설·설비투자에 207억원을 투입하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4배 남짓 늘어난 79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아직까지 반제품 수출 및 위탁 조립생산 체제에 의존하고 있지만 현지 공장 건설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