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대만 폭스콘과 손잡으면서 '애플카'의 유력 생산 파트너로 떠오른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가 주요 배터리 업체와 합작사 설립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각형 배터리셀 탑재 전략을 고수하면서 중국 CATL과 삼성SDI가 후보로 거론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헨릭 피스커(Henrik Fisker) 피스커 CEO는 최근 "익명의 메이저 배터리 업체와 미국이나 유럽에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배터리 관련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4곳 중 1곳의 각형 배터리셀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스커와 협력을 논의중인 배터리 기업으로는 CATL과 삼성SDI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CATL은 점유율 23.5%(34.3GWh)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I는 5.8%(8.2GWh)의 점유율로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LG에너지솔루션(23.5%, 33.5GWh), 파나소닉(18.5%, 26.5GWh), BYD(6.7%, 9.6GWh) 등이 차례로 2~4위를 기록했다.
5위권 내 든 업체들 중 피스커가 원하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곳은 CATL과 삼성SDI 뿐이다. 현재 CATL은 테슬라에, 삼성SDI는 BMW에 각형 배터리셀을 공급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원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
특히 피스커는 과거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18'에서 첫 공개한 전기차 세단 ‘이모션(Emotion)’의 배터리 개발을 위해 별도 합작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기한 내 개발을 매듭짓지 못하고 합작사가 해산하면서 당시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피스커는 BMW와 애스턴 마틴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 피스커가 만든 두 번째 전기차 업체다. 2007년 '피스커 오토모티브'라는 전기차 회사를 만들었지만 품질과 신뢰성 문제로 혹평을 받고 배터리 공급업체가 파산하면서 지난 2014년 중국 완샹그룹에 회사를 넘겼다. 이후 피스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전기차 업체를 설립했다. 오는 2022년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오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션 생산은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에 위탁한다. 최근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에 전기차 생산을 맡기면서 애플과의 추후 협력 가능성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