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베트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자체 생산에도 속도를 낸다. 글로벌 백신 생산기지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해 마련한 기구인 '코백스(COVAX) 퍼틸리티'에 자체 생산한 백신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코백스 프로그램 수혜국이자 공여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베트남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베트남은 백신 생산 공장을 설립해 다른 나라에 공급되는 코백스용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특허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특허를 구입해 생산하는 것 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자체 개발 및 생산되는 백신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현재 활발히 논의중인 백신 지적재산권의 일시적인 면제가 확정되면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기술을 취득해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생산,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자국 제약사들이 개발중인 백신이 WHO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메이드 인 베트남' 백신을 코백스에 납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나노젠을 비롯해 바바이오텍(Vabiotech), 의생물학·백신 연구소(IVAC), 백신의학생물연구생산센터(Polyvac) 등 4곳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상용화에 가장 앞선 곳은 국내 기업 '넥스트사이언스'가 투자한 나노젠이다. 나노젠의 코로나19 백신 '나노코박스(Nanocovax)'는 지난달 임상 2상을 마무리했으며 조만간 3상에 돌입한다. 연내 임상을 마무리하고 2022년부터 대량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도민시 나노젠 연구개발 책임자는 "나노젠은 연간 1억2000만 회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으며 인도 및 한국의 제조업체와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베트남 자국민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역으로 수출을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베트남의 백신 접종자는 1차 110만2099명으로 접종률 1.14%를 기록했다. 2차까지 완료한 접종자는 3만602명에 그친다.
낮은 접종률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900만회 분, 화이자 3100만회 분 등 총 1억1000만회 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그러나 정작 도입된 백신은 코백스로부터 지원받은 250만회 분을 포함해 290만회 분 수준이다. 백신 공급 부족으로 최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베트남은 최근 한국기업들이 대거 자리잡은 박장성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긴급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집단 면역 달성을 위해 현지에 진출한 삼성전자 등 기업들에 자체적으로 백신을 구해 직원들을 접종하거나 백신 구매 비용을 부담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