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파키스탄 정부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합작공장 설립이 무산됐다는 설(說)을 일축하고 투자를 공식화했다. 이르면 연내 시설을 완공, 생산에 돌입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압둘 라작 다우드 파키스탄 산업투자부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삼성은 이전 결정을 변경했으며 곧 파키스탄에서 모바일 기기를 생산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인 럭키모터코퍼레이션(LMC)과 합작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성명을 냈다.
다우드 장관은 "삼성이 파키스탄에 휴대폰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 언론에 제가 잘못 인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일부 파키스탄 현지 매체는 장관의 발언을 인용, 삼성전자가 파키스탄 정부의 제안을 거절해 투자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파키스탄 대기업 럭키그룹의 럭키모터코퍼레이션과 모바일 기기를 생산하는 합작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테크노(Tecno), 에어링크(Airlink), 니샤트(Nishat) 등과도 논의했으나 럭키모터코퍼레이션을 최종 낙점했다. 이 회사는 기아차의 자동차와 차량용 부품 등 생산도 맡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공장은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시 내 빈 카심 산업단지에 위치한 럭키모터코퍼레이션의 기존 자동차 부품 공장에 들어선다. 올 연말까지 시설을 완공하고 생산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 A시리즈와 M시리즈 생산을 시작으로 점차 하이엔드 모델로 확대될 전망이다.
파키스탄은 일찍부터 삼성전자에 현지 스마트폰 생산공장 설립과 관련해 러브콜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진다. 협상 초기 단계에서는 삼성 측이 이를 거절했으나 이후 전략을 바꿔 합작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삼성전자가 마음을 돌린 배경으로는 파키스탄 정부의 핸드폰 제조산업 육성 정책이 꼽힌다. 파키스탄 산업부 산하 엔지니어링 개발 위원회(Engineering Development Board·EDB)는 지난해 핸드폰 기기 제조산업 육성 정책(Mobile Device Manufacturing Policy·MDMP)을 발표했다.
파키스탄 최초로 발효된 이 정책은 현지에서 핸드폰을 조립 생산하는 기업에 세금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MDMP에 힘입어 샤오미, 오포, 리얼미 등 여러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파키스탄에 진출해 공장을 설립했거나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