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세상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상장사 못지 않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나 주식 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사들'이 그들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재벌 개혁의 핵심 과제로 다루며 비상장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의 견제가 없어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곳간을 채우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매일뉴스는 총 6회에 거쳐 비상장사 계열사를 내세운 내부거래로 한해 수십조원을 벌어들인 재벌 이상한(?) 행보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삼성의 비상장사 비중은 '금융·보험업'에 쏠려있다. 특히 금융·보험 관련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 70% 수준으로 '내부거래 온상'이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붙고 있다.
여기에 총수가 대주주로 있는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를 통해 비상장사를 사실상 지배해 내부거래를 늘려왔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보험 비상장사 존재 이유…내부거래?
22일 매일뉴스가 4대 그룹 비상장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의 금융 및 보험업 비상장사수는 현대차와 LG, SK를 압도했다. 보험·금융 관련 비상장사는 현대차 4개사, SK와 LG는 1개사인 반면 삼성전자는 13개사에 달했다. 삼성의 전체 비상장사 가운데 보험·금융 관련 비상장사가 28%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금융·보험 비상장사들이 내부거래 비율이 높다는 것. 내부거래액이 공개되지 않은 삼성벤처투자와 삼성헤지자산운용을 제외하고 11곳은 지난 2017년 기준 약 71%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구체적으로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과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전체 매출을 사실상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삼성생명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의 경우 내부거래가 89.8%에 달했다.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도 87.3%에 달했다.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은 각각 27.9%와 22.9%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회사들의 내부거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한 곳은 4개사였다.
삼성자산운용은 2015년 18.0%에서 2017년 27.9%로 9.9%포인트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15년 삼성화재해상보험, 삼성생명보험과 거래를 했으나 3년 뒤에는 이들 2개사 외에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삼성헤지자산운용과도 거래했다.
또한 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14.0%에서 22.9%로 내부거래 비중이 늘었다. 삼성선물과 생보부동산신탁은 증가 폭이 약 1%포인트였다.
삼성의 금융·보험 비상장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건 다른 그룹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다. 공정위가 지난달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에 따르면 금융 및 보험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3.6%로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등에 비해 극히 낮았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삼성은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관련 대리점을 가지고 있고 해당 대리점들이 계열사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어 내부거래가 높다"고 밝혔다.
◇총수 대신 '물산·생명·전자' 지배하는 구조
삼성의 비상장사에 대해 총수가 지분을 보유한 곳은 삼성라이온즈이 유일하다. 삼성라이온즈는 2017년 기준 이건희 회장이 2.5%의 지분을 보유했다. 1대 주주는 제일기획 67.5%이다.
삼성라이온즈는 내부거래율이 지난 2017년 기준 57.9%로 3년 전에 비해 1%포인트 축소했다.
겉으로 보기엔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사는 매우 적고 지분을 보유한 회사마저 내부거래를 미세하게나마 줄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정반대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17.08%로 대주주에 올라있는 삼성물산은 2017년 기준 제일패션리테일, 삼성웰스토리의 지분 100%를 소유했다. 의복 소매업을 하는 네추럴나인의 지분 절반도 삼성물산이 확보하고 있다.
삼성생명보험은 금융 및 보험업 비상장사 5곳의 최대 주주인데, 이들 기업은 이건희 회장이 20.76%, 이재용 부회장이 0.06% 지분을 보유한다.
삼성전자판매와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로지텍 등 8개 비상장사의 대주주인 삼성전자 역시 이건희 회장이 4.26%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에 올라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비상장사를 삼성물산과 삼성생명보험, 삼성전자 등 삼성 지배구조 핵심회사가 지배하고 있는 만큼 총수 일가가 교묘하게 비상장사에도 손을 뻗고 있는 셈이다.
내부거래와 총수의 영향력간 일정 비례 관계를 보였다.
지난 2015~2017년 사이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비상장사는 총 17곳였다. 이들 가운데 9곳은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 삼성생명보험이 지배하는 구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