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세상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상장사 못지 않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나 주식 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사들'이 그들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재벌 개혁의 핵심 과제로 다루며 비상장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의 견제가 없어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곳간을 채우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매일뉴스는 총 6회에 거쳐 비상장사 계열사를 내세운 내부거래로 한해 수십조원을 벌어들인 재벌 이상한(?) 행보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농업부터 호텔까지"
LG그룹은 농업과 운수업, 숙박업 등 다양한 업종의 비상장사를 영위했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비상장사가 서비스업으로 이들은 공통적으로 내부거래를 통해 쉽게 수익을 올렸다. 서비스업의 높은 내부거래 탓에 그룹 전체 내부거래율도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컸다.
◇화학·전자보다 서비스업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는 작년 기준 57개 계열사 중 42곳이 비제조업 비상장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LG는 부동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비상장사를 뒀다.
특히 서비스업이 가장 많았다. 서비스업 관련 비상장사는 25곳으로 전체 계열사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정작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 전자 관련 비상장사는 각각 4곳, 1곳에 그쳤다.
서비스업 비중은 다른 그룹과 비교해도 많다. 삼성전자는 비상장사 46개 중 15개가 서비스업에 해당했다. 현대자동차와 SK는 각각 10개(23%), 28개(30%)가 서비스업이었다.
LG는 서비스업 외에 △도·소매 7곳 △운수·창고·여행 4곳 △농·광업 2곳 △금융·증권 2곳 △전기 1곳 △숙박 1곳 △하수·폐기물처리 1곳 등을 골고루 영위하며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다양한 업종에서 비상장사를 뒀다.
◇절반 이상이 내부거래
LG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비상장사를 늘려온 배경은 내부거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비스업은 수직 계열화를 통해 내부거래를 늘리기 쉬운 업종으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0월 발표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에서도 사업 시설 관리 및 사업 지원 관련 서비스업 내부거래 비중이 49.6%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이 47.6%였다.
LG의 서비스업 비상장사도 다르지 않았다. 콜센터를 운영하는 씨에스리더는 2017년 기준 매출 400억원을 내부거래에서 거뒀다. LG유플러스, 미디어로그와의 거래액은 각각 389억원, 11억원이었다.
LG유플러스의 고객센터 업무를 지원하는 아인텔레서비스는 매출(608억원) 100%를 내부거래로 채웠다. 하이텔레서비스도 90%를 넘는다.
지난 3년간 내부거래가 증가한 서비스업 업체도 5곳에 달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인 나눔누리와 밝은누리를 제외하더라도 에이치에스애드와 LG경영개발원, 아인텔레서비스에서 높은 내부거래를 보였다.
에이치에스애드는 내부거래율이 3년 사이 4%포인트 올라 2017년 62%에 이르렀다. 지주사 LG와 LG전자, 서브원 등과의 거래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LG경영개발원도 LG와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등에서 거래액이 늘어 2017년 내부거래율이 98%에 달했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늘려온 LG는 4대 그룹 중 가장 높은 내부거래를 보였다. LG 비상장사는 2017년 기준 총 18조1482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절반이 넘는 9조1888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삼성은 내부거래 비중이 21.1%에 그쳤고 현대자동차와 SK는 42%대로 모두 절반을 넘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