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철강 제조 핵심 원료인 페로실리콘 수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의 정책과 산업 환경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다.
31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최근 중국 페로실리콘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유관 기업 공장 가동률까지 낮아지고 있어 하반기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페로실리콘은 철과 규소의 합금이다. 철강 제조 작업에서 가장 값이 싸고 유효한 탈산제, 조재제로서 규소의 첨가제로도 널리 사용된다. 생산원가 중 전력이 가장 큰 비중(62.3%)을 차지한다. 중국은 세계 1위 페로실리콘 생산국으로, 작년 기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되는 577.4t을 생산했다. 고객 중 약 70%가 철강 기업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제조공장 셧다운 등으로 생산량이 다소 하락했으나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올 5월 기준으로는 이미 200만t 이상을 기록,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중국의 전력 제한 정책으로 급등했던 가격은 안정화를 거쳐 올 하반기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중요한 수요처인 현지 철강 기업의 임시 폐업 등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4월 철강기업 공장가동률은 작년(84.6%) 동월보다 줄어든 79.5%였다.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결국 전체 생산량이 낮아져 수급난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페로실리콘 기업들이 사업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해 생산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중국 중앙정부가 ‘2대 에너지 소비 통제’ 정책 등 강력한 환경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페로실리콘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은 생산 동향과 수출 규제 정책 모니터링 등 지속적인 공급망 관리가 요구된다. 다만 주요 업체들은 지난해 이미 12~16개월 정도의 사용분을 미리 확보해 당장 수급 리스크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징징 코트라 정저우무역관은 "중국 뿐 아니라 미국 금리인상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어 철강 산업과 연관이 있는 페로실리콘 품목의 수요가 저하될 것으로 예상돼 금년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중국 페로실리콘 생산량 감소세도 피할 수 없어 장기적인 수급 안정을 위해 대체 수입선 발굴에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