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한아름 기자] 일동홀딩스의 건강기능식품 원료 자회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가 내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오너 3세인 윤웅섭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은 윤 부회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윤 부회장은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의 가르침에 따라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연구개발(R&D)에 관심이 특별하다. 앞서 고 윤 회장은 장질환으로 작고한 모친의 영향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해 혁신 의약품을 개발해야겠다는 의지를 창업 초기부터 다졌다는 후문이다. 고 윤 회장은 지난 1959년 국내 최초의 유산균제 '비오비타' 개발를 진두지휘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는 창업주에 이은 3세 윤 부회장으로까지 이어지며 성과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그의 비오비타에 대한 애정 역시 업계에서 유명하다. 자신의 관용 차량에 비오비타 광고 문구를 랩핑해 직접 홍보한 일화도 소문이 자자하게 나기도 했다.
다만 오너일가의 애정과 달리 IPO에 대한 투자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가 원료를 납품하고 일동제약이 판매 중인 지큐랩이 만년 중·하위권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무엇보다 기업 가치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상당하다. 과도하게 산정된 기업 가치라는 평가다. 지난 2년 상장 절차를 밟아왔으나 증시 입성까지 갈지(之)자 행보에 윤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실적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하면서 윤 부회장의 경영 능력까지 물음표가 붙고 있다.
◇후발주자에 밀려 국내 지배력 만년 중·하위권
IPO 성공을 위해서는 프로바이오틱스 기업 간 경쟁구도와 위축된 투자심리 등 만만찮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IPO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회의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문제는 주력 제품인 지큐랩의 시장 지배력이다. 후발주자인 종근당건강·쎌바이오텍·CJ제일제당·콜마비앤에이치 등에 밀려 매출 10위권 안팎에 머무르며 만년 중·하위권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종근당건강은 지큐랩보다 1년 늦게 락토핏을 내놨지만 단숨에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락토핏의 시장 점유율은 40%를 웃돈다. 쎌바이오텍과 CJ제일제당, 콜마비앤에이치 등도 지큐랩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동제약 측은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가 일동제약 뿐 아니라 다른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에 원료를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지큐랩의 시장 지배력과 관련 없다고 설명하지만 모회사 주력 제품인 만큼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큐랩이 국내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자 윤 부회장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계약 확장과 신규 계약, 해외 진출을 통해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선언했다. 올 초 태국에 프로바이오틱스 수출 계획을 알린 데 이어 미국·캐나다에 원료 품질·안전성 인증을 획득하면서 북미 시장 판로도 마련했다.
이마저도 국내 경쟁사가 이미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시장 판로 확보도 녹록지 않다.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총 수출액은 435억원이다. 경쟁사 쎌바이오텍이 41%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진입장벽이 낮지만 기호식품처럼 기존 제품을 잘 바꾸지 않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복용하는 사람의 장(腸) 환경에 따라 기대 효과가 달라지므로 잘 바꾸지 않는 특징이 있다"며 "차별화된 포인트가 없으면 소비자 주목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윤 부회장은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과 친환경 비료 부대사업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신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시너지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분간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다.
◇경쟁사와 비교시 기업 가치 과도, 비판도
이뿐만이 아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 가치가 적절한지도 물음표다. 투자업계에선 과도하게 산정된 기업 가치라고 우려한다. 지난해 기관 투자자들 상대로 지분 일부 매각 방식의 투자 유치를 실시해 인정받은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 가치는 약 1000억원.
경쟁사와 단순 비교할때 일동바이오사이언스에 거품이 과도하게 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일동바이오사이언스(매출 199억원)보다 장사를 두 배 이상 잘한 쎌바이오텍(468억원)의 기업가치는 1050억원에 정도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보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비피도(121억원)의 기업 가치는 490억원으로 500억원을 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인지 시장에서 일동바이오사이언스 IPO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올해 상장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공모가를 하회하는 등 얼어붙은 투심 속에서 기업 가치를 기대만큼 평가받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연내 IPO를 추진하려던 대어급 기업들도 상장 일정을 연기하거나 지분 매각 등 다른 방안을 찾아 나섰다. 잇단 부정적 이슈 탓인지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향후 기업 가치 전망도 회의적이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국내외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꾸준한 성장 추세에 있고,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사업 영역 역시 다변화하고 있어 잠재성이 매우 크다”며 “IPO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 확대 및 시설 확충, 매출 증대 및 수익 확보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은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의 프로필이다.
▲1967년생 ▲1990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1993년 조지아주립대학원 회계학과 ▲1995년 KPMG 인터내셔널 회계사 ▲2005년 일동제약 상무 ▲2013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 ▲201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 ▲2016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기업분할로 신설) ▲2021년 일동제약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