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일 기자] 한국의 빗썸을 인수하려는 등 글로벌 암호화폐 업계를 선도하던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코인시장이 다시 위기에 빠졌다. 지난 5월 일어나 루나·테라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던 바이낸스가 FTX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트위터를 통해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에 서명하고 실사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FTX도 이 사실을 발표하고 바이낸스와 적극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암호화폐 겨울 속에서도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던 FTX가 단 이틀만에 유동성 위기로 주인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가 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FTX 지분을 매각하며 받은 약 21억 달러 상당의 BUSD(바이낸스 자체 스테이블 코인)와 FTT(FTX 토큰) 중 FTT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자오창펑 CEO는 '최근 밝혀진 폭로'가 원인이라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지난달 20일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CEO가 분산형 금융(DeFi) 일부 거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 주목받았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는 '범죄자간 전송은 규제돼야 한다'고 밝히며 논란이 증폭됐다.
하지만 이보다는 밝혀진 폭로는 FTX의 대주주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 유출이 더 큰 문제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대차대조표에는 146억달러의 자산과 80억달러 부채가 기입돼 있다. 근데 이중 자산의 대부분이 FTT 등 FTX 관련 자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낸스가 보유한 FTT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하락하면 알라메다 리서치를 비롯한 FTX에 유동성 위기가 올 것이라는 공포감이 시장을 채웠다.
그러면서 FTX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던 유저들이 대량 탈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고 FTX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 됐다. 그러면서 FTX의 파산설이 제기되는 등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렇게 되자 바이낸스 측도 이번 FTT는 "그저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내린 결정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일 뿐 전쟁이나 그런 것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사태는 빠르게 확산했고 FTT는 물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부분의 코인이 일제히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루나, 테라 사건이 다시 떠오르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이낸스의 FTX 인수 카드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번 인수 추진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로 진행되는 만큼 향후 결과에 따라 인수되지 않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 블랙록, 소프트뱅크 등 거대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신화를 써내려가던 FTX가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됐다.
FTX는 암호화폐 겨울 기간 흔들리는 암호화폐 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과정에서 인수를 진행하는 등 규모를 빠르게 확장해왔다. 또한 미국에서는 파생상품 거래를 진행하려는 등 종합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보여왔다. 또한 CEO이자 설립자인 샘 뱅크먼 프라이드의 성공 신화도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FTX 신화는 완성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