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무역적자에 日 경제 시름

엔·달러 환율 32년만에 150엔 돌파
상반기 무역적자 11조엔…1979년 이후 최대

 

[더구루=홍성환 기자] 일본이 사상 최악의 엔저를 겪는 가운데 무역 적자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으로, 엔저 장기화에 따른 우리 수출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20일 코트라 일본 도쿄무역관의 '32년 만의 엔저에 역대급 무역적자·인플레까지 첩첩산중 일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섰다. 이는 버블 경제 후반기인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이다. 올해 초 달러당 110엔 안팎이던 환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하면서 연초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화(23.19%)나 유로화(17.9%)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상과 경기 부양을 우선시하는 일본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고수에 따른 미·일 금리차 확대가 엔저를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본 정부는 엔화를 매수하며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닛케이신문 보도를 보면 엔화 매수 규모는 5조5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9월 엔화 매수액을 웃도는 수준으로 일본 정부의 외환 개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은행은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돌파한 지난달 20일 긴급채권 매입에 돌입했다. 같은 날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55%까지 상승해 일본은행의 정책 상한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을 통해 1년물 국채 금리를 0.25%선에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화 약세와 더불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일본의 올해 상반기 무역 적자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재무성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 상반기(4~9월) 일본의 무역수지는 11조75억 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79년 이후 최대 규모 적자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이후 1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1년 넘게 무역 적자가 이어지면서 일본이 올해 연간 기준으로 42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계속되는 엔화 약세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일본 소비자 물가가 31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102.9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상승했다. 2014년 4월 소비세율 인상(5%→8%)에 따른 물가 상승 효과를 제외하면, 1991년 8월(3.0%) 이후 3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코트라는 "엔화 약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최근에는 엔저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우리 기업의 기술력 향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철강, 기계, 전기·전자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엔저 장기화는 우리 수출 기업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므로 엔저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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