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체제 1년…안국약품 원덕권號, 오너리스크 지우기 '안간힘'

작년 매출액 전년比 26% 늘어…주가는 24%↓
불법임상시험·리베이트' 어진 전 회장 경영복귀?
곳곳 고난의 행군… 시장선 기업가치 훼손 우려多

[더구루=한아름 기자] 안국약품이 53년만에 선임한 첫 전문경영인(CEO) 원덕권 사장이 고민에 빠졌다. 오는 4일 취임 1년을 맞는 원 사장의 행보가 무겁다. 경영 실적의 평가 잣대인 주가가 날개를 잃고 추락하고 있어서다. 게걸음질 치는 주가에 어떤 묘수로 반전을 찾을지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원 사장 앞에 놓인 현실은 만만치 않다. 안국약품의 매출만으로는 '오너 리스크'라는 얼룩을 지우기 역부족이다는 평가다. 지난해 실적과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안국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분위기 쇄신과 반전을 노리는 일종의 플랜B였다.

 

그는 안국약품 입사 전 국내외 제약사에서 연구개발 및 생산 분야에 몸담으며 역량을 쌓아왔던터라 적임자로 손색이 없는 인물로 꼽혔다. 명함을 바꿔 단 그의 최우선 과제는 이미지 개선. 특히 그의 경영 능력의 잣대가 될 주가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안국약품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액은 2056억원으로, 전년대비 26% 늘었다. 영업익은 98억원으로, 3년 만에 적자를 벗어났다. 당기순이익은 111% 증가한 79억원을 기록했다.

 

원외 처방액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원외 처방액은 1904억원으로, 전년보다 35.9% 늘어 상위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문제는 주가행보다. 1년 새 뒷걸음질쳤다. 지난 27일 기준 안국약품의 종가는 8300원으로, 52주 최고가인 1만1300원보다 24% 쪼그라들었다. 장사를 잘했음에도 시장의 평가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오너 리스크와 주가 하락으로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고 있어 안국약품의 기업가치가 휘청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오너 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급기야 지난 1월 창업주 어진 전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사임 10개월만에 복귀가 이뤄졌다. 사임 당시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였지만, 비슷한 시기 시작된 소송 문제가 컸다는 시각이 많다. 


앞서 안국약품은 개발하던 약을 직원에게 불법 투약해 임상시험을 벌인 행위와 리베이트 문제 등 2가지 소송에 몸살을 앓았다. 특히 불법 임상시험 문제와 관련, 어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소송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경영 복귀는 상속세 마련 때문으로 추정된다. 안국약품의 창업주인 고(故) 어준선 명예회장은 지난해 8월 별세했고, 어 전 부회장은 같은 해 12월 안국약품 주식 약 650만주의 상속을 마쳤다.

 

매출 4000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은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해 주식 가치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고 어준선 회장의 사망 전후 4개월간 평균 주가는 8700원으로, 상속받은 주식 가치는 약 56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공제받는다면 65억원에 대한 상속세만 납부하면 된다. 문제는 이를 받기 위해선 어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다시 꿰차야 한다.

 

이 때문에 어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복귀는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적지않다. 다만 다시 사법 리스크가 커진다면 반전을 노리는 원 사장의 경영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회외론도 제기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소식이 발표된 1월 27일부터 안국약품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안국약품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실적 확대보다 무너진 이미지 개선이 급선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오너리스크가 잔존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안국약품의 재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픈 손가락이 된 오너리스크는 전문경영인이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라며 "어깨가 더 무거워진 원 사장이 과연 취임 1년을 맞아 안국약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