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기술, 파산한 브리티시볼트서 선수금 못 받아…장비공급 계약 유지 불투명

브리티시볼트 법정 관리인 컨설팅 업체 'EY' 보고서 공개
하나기술, 약 1200억원 규모 설비 계약 수주…일부 부품 구입
호주 '리차지 인더스트리' 인수했지만…빚 1.6억 파운드 달해

 

[더구루=정예린 기자] 국내 배터리 장비 제조 전문 업체인 하나기술이 파산한 영국 브리티시볼트로부터 약 350억원에 달하는 계약 선수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브리티시볼트가 최근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고 회생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계약 유지 여부가 주목된다. 

 

24일 브리티시볼트 법정 관리인인 컨설팅 업체 EY(Ernst & Young)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리티시볼트는 하나기술에 선수금 명목인 외상 매입금 2232만 파운드(약 353억원)를 빚졌다. 지급하지 않을 경우 계약 의사가 없다고 보고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기술은 지난해 브리티시볼트에 원통형 2차 전지 화성공정 설비를 공급하는 수주를 따냈다. 908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뒤 289억6500만원 규모 추가 계약을 확보했다. 오는 2024년부터 납품할 예정이었으나 하나기술은 관련 부품을 구매하는 등 장비 생산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기술은 실질적으로 회사에 미치는 금전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직 장비를 납품하기 전이고, 기 구입한 부품의 경우 설비 생산에 쓰이는 주요 부품이기 때문에 다른 계약 건에 활용할 수 있어 문제 없다는 것. 

 

브리티시볼트의 파산으로 대규모 수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던 하나기술은 구원투수로 나선 호주 '리차지 인더스트리(Recharge Industries)' 덕에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리차지 인더스트리가 계약금을 지불하고 하나기술과의 관계를 이어갈지 여부는 미지수다. 

 

리차지 인더스트리는 지난달 브리티시볼트를 인수했다. 브랜드명을 유지하고 노섬벌랜드 블리스 기가팩토리 건설 프로젝트를 재개하기로 했다. <본보 2023년 2월 28일 참고 파산 위기 '브리티시볼트' 매각 완료…기가팩토리 건설 재개 추진> 

 

리차지 인더스트리의 브리티시볼트 인수가는 단돈 860만 파운드였다. 다만 갚아야 할 빚 규모가 최대 1억6000만 파운드(약 2527억원)에 달하는 데다 약 38억 파운드(약 6조27억원)로 예상되는 기가팩토리 건설 자금도 조달해야 하는 만큼 실제 정상화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EY도 리차지 인더스트리가 브리티시볼트의 빚을 다 청산하지 못해 새로운 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EY는 "무담보 채권자로서의 지위를 감안할 때, (리차지 인더스트리가 아닌 새로운 후보가) 채권자에 지불할 현금이 충분할 경우 향후 회사 빚 청산을 실행할 다른 회사를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산 당시 브리티시볼트의 가용 가능한 자금은 180만 파운드(약 28억원)에 불과했고 지적재산권(IP)도 전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채권자로는 △글렌코어 △맥킨지 △알릭스 파트너스 △보다폰 등이 있으며, 하나기술을 비롯한 장비 업체와 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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