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1.이지환 KAIST 경영공학부 교수
"에너지로 접근해 오랜 기간 과감한 투자를 했다. 그 결과 자동차용 배터리의 실질적인 기술을 구현했다"
#2.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분리막은 SK이노베이션 최초로 수펙스(SUPEX)추구상 대상을 받았었다. 그룹 차원에서도 중요한 혁신이었다"
두 교수는 지난 28일 오후 SK서린빌딩 3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연구·개발(R&D) 경영 40년 성과 컨퍼런스'에서 SK이노베이션의 최고 R&D 성과로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사업을 꼽았다. SK의 차세대 먹거리로 성장한 배터리의 기반이 R&D에 있다는 분석이다.
◇ 'SK식 R&BD' 그린에너지 기업 도약의 '밑거름'
이날 이 교수는 SK이노베이션 R&D 역사의 시발점을 1983년 기술개발연구소 설립으로 봤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대한석유공사(유공) 인수 직후 R&D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이는 연구소 출범으로 이어졌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대덕연구단지에 기술원을 세웠다. 2021년 이를 환경과학기술원으로 바꿨다. 환경과학기술원의 기술전략그룹을 전사 포트폴리오 부문 조직과 연결하고 신규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연구 인력도 확충했다. SK이노베이션 계열 연구 인력은 2016년 말 대비 3배 수준인 약 1800명이다. 전체 인력의 약 18%가 R&D 업무를 하는 셈이다.
인센티브는 강화했다. R&D로 수익을 창출하면 수익의 최대 5%를 해당 팀에 돌려주는 제도를 2004년 도입했다. 이 교수는 "최태원 회장이 굳이 왜 5% 상한이라는 걸 둬야 하냐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그만큼 굉장히 적극적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40년의 역사를 교수들은 'SKinnoWay R&BD'로 요약했다. R&BD는 R&D와 비즈니스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단순히 연구에 그치지 않고 철저히 사업화를 준비했다는 뜻이다. R&BD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로는 △Entrepreneurship(경영철학과 도전) △Exploitation(기존사업 경쟁력 강화) △Exploration(미래형 신사업개발) △Expertise(기술 역량) 등 4E를 제시했다.
40년의 R&D 경영은 SK이노베이션이 정유 회사를 넘어 미래형 그린에너지와 소재 기업으로 전환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배터리와 분리막, 바이오, 윤활기유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의 핵심 사업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수치적으로도 SK이노베이션의 합산 시가총액은 작년 기준 약 23조원으로 1999년 말 대비 약 6배나 뛰었다.
◇ "R&D 없이는 성장 불가"…최종현·최태원의 '강력한 리더십'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의 R&BD 경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리더십'을 꼽았다. 이 교수는 "최종현 선대 회장은 유공 인수 후 3년 내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과감한 도전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도 R&D는 미래의 희망이며, 기술 도약 없이는 사업의 도약은 불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말하며 기술 경영을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R&D의 중요성에 대한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은 지속적이고 일관된 연구로 이어졌다. 선대 회장 때 시작된 배터리(1983년)와 바이오(1989년)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 SK그룹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키워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 경영법에도 R&D를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사 경영법이자 기업문화인 SKMS와 수펙스추구법에 MPR을 적시했다. MPR은 Marketing(영업), Production(생산) 및 R(R&D)를 일컫는 용어다. R&D가 생산과 영업과 늘 함께 움직여서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1989년 만들어진 SK만의 독특한 경영법이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저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변화하려 한다"며 "글로벌 오픈 R&D를 추진하고 있으며 40년간 축적된 기술 역량을 잘 활용하고 외부 파트너와 연계해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