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中고립정책, 올바른 길 아냐".. 美 반도체 규제 정면 비판

피터 웨닉 CEO "中 혁신만 유도할 뿐...완전고립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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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루=김도담 기자]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 독점 생산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갑'으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이 미국의 중국 제재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SML CEO인 피터 웨닉(Peter Wennick)은 최근 네덜란드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완전한 고립 정책은 실행 가능하지 않다"며 "오히려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더 빠른 혁신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국가 안보 등의 이유로 첨단 반도체 및 장비에 대한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또 동맹국들에게도 대중국 규제에 함께할 것을 강권, 네덜란드 정부 역시 첨단 반도체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제재조치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웨닉 CEO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에는 14억이나 되는 인구가 있고, 인적자원도 훌륭하다"며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SMIC가 개발한 7나노 AP가 그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중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와 위탁생산 방식으로 2세대 7나노 공정 칩 '기린 9000s'을 생산,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탑재했다. 

 

7나노 공정은 EUV 노광장비 등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갖춰야 생산이 가능하다.  수출금지 조치로 ASML의 EUV 노광장비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자체적으로 노광장비 등 반도체 첨단 기술을 개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지난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상당부분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웨닉 CEO의 이같은 주장은 ASML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ASML은 대중 수출 규제로 UVE 리소그래피 장비, 심자외선(UVP) 장비 등 대당 수천억원에 달하는 장비를 판매할 가장 큰 시장을 상당 시간 포기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이 ASML이 독점한 시장에서 독자기술을 개발하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주도권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대한 불만은 ASML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수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규제의 틈새를 노린 중국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까지 공식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IBM 등이 회원사로 가입한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대중 반도체 추가 규제를 자제해달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 바이든 정부의 규제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추가 규제가 진행되면 이들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이에 반발한 중국이 추가 보복에 나서면 사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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