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아 알제리 공장, 국영기업 폰달 손으로…中 브랜드에 내어주나

모하메드 벤말렉 바트나주 주지사 공식 발표
"부패스캔들 관련 CPE 최종 심의 반영" 설명
재가동 이후 생산 브랜드명에 대해서는 함구
중국 브랜드 선택 가능성↑, 기아 복귀 불투명

 

[더구루=윤진웅 기자] 기아 알제리 공장 주인이 바뀌었다. 부패 스캔들 심의 결과에 따라 국영기업의 손에 넘어갔다. 문제는 기아의 복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알제리 정부가 자동차 산업 활성화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완성차 업체 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일제히 진출을 예고하고 나섰다. 4년간 멈췄던 기아 중동·북아프리카 전략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12일 알제리 바트나주 주정부 등 현지 업계에 따르면 모하메드 벤말렉(Mohamed Benmalek) 바트나주 주지사는 11일(현지시간) 기아 알제리 공장을 IMETAL 그룹 자회사이자 국영기업인 '폰달 SPA'(Fondal SPA)에 넘기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20년 부패스캔들 관련 사법 판결에 따라 23개 공장 압류를 명령한 국가참여위원회(CPE)의 최종 심의에 따른 결과이다. 이에 따라 이전 공장 소유자인 라르바오이(Larbaoui) 가문은 전재산을 몰수당했다.

 

모하메드 벤말렉 주지사는 "기존과 동일하게 자동차 생산 용도로 사용되는 만큼 공장 직원들의 모든 직위는 유지될 것"이라며 "공장 재가동 시기에 맞춰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35km 떨어진 바트나에 위치한 이 공장은 기아 모델을 반조립(CKD) 방식으로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지난 2018년 알제리 업체 '글로벌'의 자회사가 설립한 이후 연간 5만 대 생산 규모로 피칸토(국내명 모닝), 리오, 스포티지 등을 생산해왔다. 당초 기아는 해당 공장을 기점으로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알제리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고 더 나아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시장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알제리 정부가 예비 부품 수입을 무기한 금지하면서 중동·북아프리카 전략에 차질이 생겼었다.


문제는 모하메드 주지사가 공장 재가동 이후 이곳 공장에서 조립될 브랜드명에 대해 따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알리 아운(Ali Aoun) 알제리 산업제약부 장관이 이곳 공장을 방문해 생산 재개를 돕겠다고 밝히며 기아의 복귀가 점쳐졌지만, 상황이 변했다.

 

알제리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자동차 생산을 토대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통제하는 데 있다. 국영기업에 키를 넘겨준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국가가 추진하는 자동차 산업 활성화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채택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따라 JMC와 Dongfeng, BAIC 등 알제리 진출을 예고한 중국 브랜드가 최대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에 대한 알제리 운전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제리 공장의 새주인으로 들어선 폰달 SPA도 알제리 정부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 국내 자동차산업 활성화와 국내 시장 인플레이션 억제를 목표로 공장을 완전히 리뉴얼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누레딘 살리(Noureddine Salhi) 폰달SPA 최고경영자(CEO)는 "신속한 생산 재개를 위해 현장 상태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수행될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수입한 첨단 기계와 로봇을 갖춘 이 현장은 알제리 자동차 산업의 핵심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 1600여 명 직원을 복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알제리에 재진출하려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여러 경쟁자들 사이에서 어떠한 차별점을 부각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브랜드도 알제리 공장을 탐낼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아가 알제리 공장 생산 권한을 되찾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기아 알제리 공장은 지난 2020년 현지 파트너사인 글로벌모터스의 부패 스캔들로 생산이 중단됐다. 이는 글로벌모터스가 반조립(CKD) 키트에 대한 수입허가 갱신을 못해 결국 생산이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9년 4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알제리 국민의 거센 퇴진 시위로 사임한 뒤 새로 들어선 정권이 과거사 청산을 위해 정치인와 사업가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진행한 것이 배경이 됐다.


알제리 당국은 전 정권 부패 조사를 위해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장관과 국회의원 등 다수 정치인 부동산 실태를 조사는가 하면 농업 및 투자사업의 혜택 여부, 금융계좌까지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모터스 공장에 허가를 내준 와디슈바 시장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현대차그룹 파트너사 글로벌그룹 하산 아르바위 회장은 징역 6년형을 선고 받았다. 내년 출소한다.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