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체코가 미국·프랑스의 항의로 팀코리아의 신규 원전 수주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로부터 진정서를 받은지 약 일주일 만이다. 미국의 원천 기술 활용과 가격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는 3일(현지시간) 두코바니 원전 사업자 선정 절차에 대한 웨스팅하우스와 EDF의 진정과 관련 행정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절차적 복잡성을 감안할 때 기간을 예측할 수 없으며 1차 판결이 나기 전까지 진행 상황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웨스팅하우스와 EDF는 지난달 26일 진정서를 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에 공급할 APR1000을 문제 삼았다. 원천 기술의 지적재산권이 웨스팅하우스에 있어 허가를 받지 않고 제3자에 해당 기술을 제공할 수 없다며, 국제 중재와 미국 내 소송을 통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호소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22년 동일한 문제로 한수원을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냈었다. 1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후 항소했으며 대한상사중재원(KCAB)에서 중재 절차도 밟고 있다.
또한 올해 초 신규 원전을 2기에서 4기로 늘리고 웨스팅하우스의 중도 탈락을 결정한 전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 입찰이 공공 조달의 기본 원칙과 우선협상자 선정에 오류를 범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EDF 역시 팀코리아가 입찰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계약 취소를 요청했다. 세부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지에서는 가격 문제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몬텔 뉴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한수원이 GW당 2000억 코루나(약 11조원)의 고정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지원이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 연구소의 막상스 코르디에즈 연구원은 "정부의 지원 없이 고정 가격을 제시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예산이 초과되면 한수원이 이를 떠안아야 한다"고 전했다.
웨스팅하우스와 EDF가 딴지를 걸면서 향후 협상 향배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수원의 주축이 된 팀코리아는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두코바니 2기(5·6호기) 건설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3월까지 공식 계약을 체결하고 2029년 착공, 2036년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코바니에 이어 테멜린 지역에 추가 2기 원전 건설도 확정하고 협상에 나선다. 테멜린 원전까지 수주하면 총 4기를 짓게 된다.
한편, 한수원은 이번 조사가 체코 사업에 영향이 없도록 발주처와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가격 문제에 대해서도 2000억 코루나는 체코 정부가 책정한 예상 사업비며 최종 계약 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결정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