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분쟁이 호주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고려아연은 호주 국영방송사 ABC를 통해 공개매수를 비판하고 현지 정치인들과 만나 어려움을 전달했다. 주인이 바뀌면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호주 제련·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현지 정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선메탈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아크에너지 최고경영자(CEO)인 최주원 대표는 8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인수는 호주 사업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연제련과 재생에너지 모두 장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단기 이익에 있다"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지난달 말 니타 그린(Nita Green) 호주 퀸즐랜드주 상원의원과도 만나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그린 의원은 회동 직후인 20일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이번 인수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며 (경영권 분쟁 관련) 최신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호주 기후 싱크탱크인 기후에너지금융(Climate Energy Finance)의 팀 버클리 이사도 선메탈을 호주 재생에너지·그린수소 분야 주요 투자자로 평가하며 이번 분쟁이 가져올 영향을 주목했다. 버클리 이사는 "이번 경영권 다툼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의 주도로 호주 사업을 확대해왔다. 1996년 호주 퀸즐랜드주에 아연제련 자회사인 '선메탈'에 이어 2021년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회사 '아크에너지'를 세웠다. 2018년 SMC 제련소 안에 125㎿급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본격 전개했다. 아크에너지를 통해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즈, 태즈매니아 등에서 풍력·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했다.
최 회장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선메탈 사장을 맡아 호주 사업을 이끌었다. 아나스타샤 팔라셰이 전 퀸즐랜드주 총리를 비롯해 현지 정계와도 긴밀히 소통한 만큼 고려아연과 영풍의 다툼을 두고 현지 관심은 높다.
팔라셰이 전 총리는 지난달 22일 최 회장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 회장은 퀸즐랜드 정부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고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문제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다"며 "그의 재생에너지 리더십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린 의원 또한 "호주 지역사회와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사업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었다.
영풍은 반박 입장을 내고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영풍 측은 ABC 방송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략은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 향상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며 "고려아연과 그 계열사(선메탈)의 고용도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과 영풍은 1949년 장병희와 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공동으로 창립한 이후 75년 동안 협력해왔다. 1974년 고려아연이 설립된 이후 최씨 가문이 회사를 맡았다.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담당해 오다 최 회장의 취임 이후 갈등이 불거졌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며 영풍·MBK를 저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