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폴란드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과 추진하는 퐁트누프 원전 사업 타당성 조사의 청사진을 공유했다. 5000만 즈워티(약 170억원) 이상 쏟고 13개월 이내 완료한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분쟁 영향은 없다고 못 박았으나 퐁트누프 사업의 진전 여부는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한국형 원전 도입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27일 폴란드 산업부에 따르면 마르제나 차르네츠카 장관은 지난 10일 시몬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에 보낸 답변서에서 퐁트누프 원전 사업의 타당성 조사에 대해 "PPEJ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비용은 5000만 즈워티보다 훨씬 높다"며 "PPEJ의 지배구조 때문에 주주들은(폴란드국영전력공사(PGE)와 제팍(ZE PAK))은 각 프로젝트의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조사를 시작한 후 약 13개월 이내에 완료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PPEJ는 퐁트누프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자 PGE와 폴란드 민간 발전사 제팍이 설립한 합작사다. 각 50%의 지분을 가져 지분에 따라 타당성조사 비용도 분담할 것이라는 게 현지 산업부의 설명이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소송도 주요 질문으로 제기됐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 'APR 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해 수출 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항소심과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차르네츠카 장관은 답변서를 통해 "PPEJ는 법원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며 그 결과는 타당성조사 준비나 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급사 선정에 대해서도 "퐁트누프 원전 사업은 비정부 프로젝트이므로 정부가 나서 공급사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며 "원전 투자의 특수성과 요구사항, 특히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원전 기술에 대한 검토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답했다.
민간 파트너십이 틀어지지 않는 한 한수원과 협력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진전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이 없었다. 차르네츠카 장관은 잠재 위치 목록을 좁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만 설명했을 뿐이다. 또한 "정부의 우선순위는 폴란드 원자력 프로그램의 조항에 따라 두 개의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라면서 "그 준비와 실행은 관련 상업 단체에 의해 결정된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당초 파트너십을 맺은 PGE와 제팍, 한수원의 협상에 따라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차르네츠카 장관은 그동안 양국 협력이 소극적으로 진행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6개월간 한국-폴란드 정부간 공식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언급된 기간 중에 부처·정부간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답변서가 공개되며 폴란드에서는 퐁트누프 사업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022년 10월 PGE·제팍과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고 'APR 1400'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 타당성조사 계약 체결이 예상됐으나 미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