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대만 반도체 산업이 미중 갈등과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고속 성장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과 정부 지원 정책까지 더해져 글로벌 경쟁 우위를 공고히할 것으로 기대된다.
3일 대만반도체산업협회와 대만 공업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만 전체 반도체 산업 규모는 3조 대만달러(약 129조660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5조 대만달러(약 216조1000억원), 내년 6조 대만달러(약 259조32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대만 경제부 산업기술사 자료를 기준으로 대만은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키징·테스트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산업 규모 중 파운드리가 과반 비중(2023년 기준, 57.4%)을 차지하고 있다. △팹리스 25% △후공정(패키징·테스트) 13% △메모리반도체 3.9% 등이다.
수출입 규모를 분석했을 때 시스템반도체가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수출에서 시스템반도체의 기여도는 88%에 달한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수출보다 수입 규모가 크다. 수출에서 메모리반도체의 기여도가 11.9%에 그친 반면 수입에서는 40.7%였다.
대만은 시스템반도체의 과반과 메모리반도체의 약 절반을 중국(홍콩 포함 기준)으로 수출하고 있다. 수입은 시스템/메모리 반도체를 불문하고 대 한국 수입이 가장 많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는 대한국 수입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며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124.2%로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수출 단가는 미중 무역분쟁 이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kg당 2500달러대 수준이었던 가격은 50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제품의 판매량·판매액(내수+수출 기준)을 기준으로 무역관이 산출한 평균 단가도 상승세가 뚜렷했다. 웨이퍼 크기별로 12인치 이상 제품의 판매단가가 특히 크게 올랐다. 작년 12인치 웨이퍼 평균 판매단가는 지난 2017년과 비교해 88.7% 증가했다. 8인치와 6인치 이하 제품 가격은 각각 30%대 증가율을 보였다.
대만 반도체 산업은 파운드리 분야의 세계 1위 기업 TSMC, 후공정 분야의 세계 1위 기업 ASE홀딩스, 팹리스 분야의 세계 5위 기업 미디어텍이 업계 내 다른 경쟁자들과 압도적인 매출 격차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대만 2위이자 세계 4위 파운드리 기업 'UMC' △반도체 유통업체 'W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있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독려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를 '5대 신뢰산업'으로 선정했다. △R&D 투자와 첨단공정용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대만형 칩스법' △반도체 칩 설계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칩 구동 대만산업혁신계획' △석·박사급 반도체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반도체 대학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 관계자는 "반도체는 대만 경제의 근간을 이루며 글로벌 공급망 내 기여도가 높은 산업"이라며 "대만 반도체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현지 반도체 산업환경 변화와 민·관 차원의 대응 동향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