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중앙 공조(HVAC·냉난방 공조) 전문기업인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 인수에 대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이로써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의 조 단위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채비를 갖추게 됐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종합 공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뉴 비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7일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에 따르면 네덜란드 소재 삼성전자 유럽 지주회사(Samsung Electronics Europe Holding Coöperatief U.A.)가 독일의 플랙트그룹 홀딩(FläktGroup Holding GmbH) 지분 100%를 인수하는 건을 EU 합병 규정에 따라 승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집행위원회는 이번 거래가 HVAC 기술 솔루션 분야와 관련이 있으나, '양사의 결합된 시장 지위가 제한적'이므로 경쟁 우려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복잡한 심사 절차 없이 '간소화된 합병 심사 절차(simplified merger review procedure)'를 통해 신속하게 승인 절차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약 15억 유로(당시 약 2조 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Harman) 인수 이후 최대 규모의 M&A로, 인공지능(AI)·클라우드 시대에 급성장 중인데이터센터 냉각 인프라 시장에 대한 본격 진입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독일 헤르네에 본사를 둔 플랙트그룹은 10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HVAC 전문 기업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병원 △공항 △공장 등 고도의 정밀 제어가 필요한 대형 시설을 위한 '중앙 공조 솔루션' 분야에서 유럽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고효율 액체냉각 방식인 CDU(Cooling Distribution Unit)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AI 서버 가동에 따른 발열량이 막대한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플랙트는 저탄소·친환경 요구에 최적화된 냉각 솔루션으로 DCS 어워즈 2024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츠(Fortune Business Insights),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 공조 시장은 지난 2023년 약 610억 달러(약 86조원)에서 오는 2030년 약 990억 달러(약 140조원)로 연평균 8% 성장이 예상된다. 이 중 데이터센터 공조는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하며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를 통해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초대형 고객 기반을 단숨에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가정·상업용 '개별 공조(덕트리스)' 제품 중심의 HVAC 사업에서 벗어나, 플랙트의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흡수함으로써 중앙 공조'와 '개별 공조'를 아우르는 종합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특히 플랙트의 고정밀 공조 제어 솔루션에, 삼성전자의 AI 빌딩 통합 제어 플랫폼(SmartThings, b.IoT)을 결합해 지능형 HVAC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