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베트남 국회 고위 인사와 만나 원전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전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지지를 확인하고 닌투언 원전 재개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 사례를 베트남에서 재현하고자 한전이 주도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국회에 따르면 김 사장은 14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재 국회의사당에서 응우옌 티 탄(Nguyen Thi Thanh) 국회 부의장을 만났다.
김 사장은 이번 면담에서 원전 사업에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베트남은 전력 수요가 연평균 12~14% 증가하는 국가로, 청정 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원전 재개 결정은 시의적절하며 현명한 판단이라고 호평했다. 원전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도 기여한다며, 원전과 첨단 에너지 기술의 결합으로 베트남의 에너지 인프라가 보다 현대적이고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베트남 원전의 성공적인 추진을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조성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탄 부의장은 김 사장의 제안을 환영하며 관련 법안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원전 에너지법 개정안도 검토해 원전 관련 법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전과 같은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법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탄 부의장은 한전의 베트남 사업을 높이 평가하며 주요 투자자로 에너지 분야 발전에 지속 기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베트남전력공사(EVN)와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기반으로 EVN의 전력 공급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태양광과 풍력, 원전 등 다양한 에너지 개발에 협력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베트남에서 응이손2 석탄화력을 비롯해 약 2400㎿ 규모 발전소를 건설·운영하고 있다. 현지에서 구축한 입지를 토대로 원전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한전은 2011년 베트남 중부 지역에 들어설 원전 2기의 사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었다. 당시에는 타당성 검토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닌투언 원전 사업 재개의 전 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지난 11일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팀코리아와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원전 발주처를 대상으로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사업 역량을 알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베트남 산업부간 원전 협력 MOU도 체결되며 베트남 진출의 기반이 마련됐다.
닌투언 원전은 각각 2기씩, 총 4기(총 발전용량 4.8GW)로 지난 2009년 러시아 로사톰과 일본 원자력발전주식회사가 추진했다. 사업비는 각 89억 달러(약 13조원)에 이른다. 베트남 첫 원전으로 이목을 모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돌연 취소됐다.
베트남 정부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닌투언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작년 말 발전원에 원전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PDP8)을 수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에는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회장이 베트남을 찾아 원전 2기 건설을 제안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