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세 정면돌파' LG전자, 멕시칼리 공장 재오픈 검토…세탁기 생산 '탈바꿈'

멕시칼리 임가공협회 회장 현지 언론과 인터뷰
멕시칼리 공장, TV→세탁기·건조기 생산라인 전환…연말 양산 목표
美 관세 리스크에도 멕시코 생산 재개…물류 효율성·현지 대응 강화

[더구루=정예린 기자] LG전자가 6개월여 만에 멕시코 멕시칼리 공장의 문을 다시 열기위해 고심이다. 세탁기·건조기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외부 인력 충원 가능성까지 검토한다. 미국과 멕시코 간 상호관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북미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 공급망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8일 멕시코 지역지 '크레알라 노티시아(CrealaNoticia)'에 따르면 멕시칼리 임가공협회인 ‘인덱스 멕시칼리(Index Mexicali)'의 살바도르 마에세 회장은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LG전자가 멕시칼리 공장에서 새로운 제품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며 "과거 약 400명에 달했던 인원 재고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올 초 폐쇄됐던 멕시칼리 공장은 세탁기·건조기 전용 생산라인으로 재단장 중이며, 일부 장비 반입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올 3분기 중 시범 생산에 돌입하고, 연말 양산 체제로 전환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게 마에세 회장의 설명이다. 과거 근무 인원을 뛰어넘는 규모로 외부 업체를 통한 인력 충원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미국 서부 시장과 인접한 멕시칼리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 국경과 인접해 물류비 절감 및 납기 단축 효과가 크고, 미국 현지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한국 창원과 베트남 등에서 미국향 세탁기 제품을 생산했으나, 최근의 관세 정책 변화와 물류비 상승 등을 고려할 때 멕시코 현지 생산이 비용과 운영 효율 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변수로 남아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부터 철강 파생 제품 목록에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등 가전제품을 추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국가별로 차등 적용되는 상호관세율은 25%로 결정됐으나 품목별 관세 대상인 철강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당초 이날 만료 예정이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내달 1일까지 추가 연장, 양국 간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국은 올해부터 USMCA(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시작해 내년 중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기본적으로 USMCA 체계에 포함돼 무관세 혜택 대상이지만, 철강 관세 확대와 미국 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정책으로 인해 무관세 혜택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관세 부담은 LG전자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현실화되고 있다. LG전자는 전날 공시한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에서 연결 기준 매출 20조7400억원, 영업이익 63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46.6% 감소한 수치로,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미국발 관세 부담이 지목된다. 높은 관세로 인해 생활가전과 TV 등 주력 제품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 1분기 미국 관세에 따른 재고 선행 확보(풀인) 수요 효과가 소멸된 데다 물류비와 마케팅비 등 비용 증가도 수요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멕시칼리 공장 재가동을 결정한 것은 관세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물류 효율성과 현지 생산 대응력, 총비용 측면에서 멕시코 생산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서부 지역 고객에게 적기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1988년부터 멕시코 시장에 진출해 멕시칼리, 레이노사, 몬테레이, 라모스 아리즈페 등에 TV, 냉장고, 전장부품 등 다양한 생산기지를 운영해왔다. 올 초 멕시칼리 공장을 폐쇄하며 생산라인을 레이노사 공장으로 통합했다. 레이노사 공장은 LG전자의 주요 북미 전략 기지로, 이 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과 캐나다, 칠레, 페루, 파나마 등에 수출된다. <본보 2024년 12월 2일 참고 [단독] LG전자 멕시코 법인 일부 통합... 북미 생산라인 '새판짜기' 돌입>

 

다만 LG전자는 멕시칼리 공장 재가동 계획과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멕시칼리 공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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