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몰카’ 논란 딛고 압구정 5구역 현대건설· DL이앤씨 수주전 본격화

현대, '백화점 · 역세권 직결'로 정통성 강조
DL, '파격 금융'으로 도덕성 논란 정면돌파

 

[더구루=김수현 기자] 사상 초유의 ‘볼펜 카메라 무단 촬영’ 사건으로 멈춰 섰던 강남구 압구정 5구역(한양 1·2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절차가 전격 재개됐다. 관할 구청이 “입찰 무효를 강제할 규정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자, 조합이 사업 속도를 최우선으로 판단하며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1조5000억원 규모 수주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각각 차별화된 사업 조건을 공개하며 수주전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의 상징성을 계승한 하이엔드 주거 단지 조성에 방점을 찍은 반면, DL이앤씨는 사업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해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이익을 공략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라는 단지명을 공식 제안했다.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넘어 ‘압구정 현대’의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특히 한화와 손잡고 인근 갤러리아백화점과 로데오역을 직접 연결하는 복합 개발 구상을 선보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있는 5구역의 정체성을 계승하고, ‘압구정 한양’을 새로운 ‘압구정 현대’로 완성해, 새로움 이상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DL이앤씨는 ‘아크로 압구정’을 내세우며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승부수로 던졌다. ‘1%대 금리’라는 실리적인 제안과 더불어, 압구정 타 구역의 현대건설 독식에 대한 피로감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볼펜 몰카'사건으로 타격을 입었으나 압도적인 사업 조건으로 반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압구정은 국내 하이엔드 주거 위계의 정점에 위치한 곳으로 지역의 상징적 가치에 걸맞은 최고의 단지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DL이앤씨와 아크로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제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압구정 5구역 재건축 조합은 양사의 제안서를 분석한 ‘사업 조건 비교표’ 작성을 최종 마무리했다. 지난 10일 입찰 마감 당시 DL이앤씨 직원이 현대건설의 입찰 서류를 무단 촬영한 사실이 밝혀지며 절차가 중단됐으나, 20일 상호 날인 및 비교 작업을 재개한 지 이틀 만에 후속 작업을 완수한 것이다.

 

이번 사업 재개는 인허가청인 강남구청의 유권해석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강남구청은 지난 20일 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무단 촬영 행위는 부적절하나, 입찰 무효 등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령상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진행 여부 및 해당 업체 조치 등은 조합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라”고 회신했다.

 

회신 직후 조합은 이사회를 열어 DL이앤씨의 입찰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DL이앤씨 박상신 대표이사의 자필 사과문과 공정경쟁 확약서를 받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DL이앤씨를 퇴출하고 재입찰을 진행할 경우,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조합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압구정 2·3·4구역이 이미 시공사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5구역만 지연될 경우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실리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한 조합원은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되 사업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현대건설은 DL이앤씨 관계자를 영업비밀 침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제안서 내용이 유출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주전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총회 결과에 따른 법적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절차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조합 측이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예정된 일정을 차질 없이 소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일정대로라면 조합은 다음 달 1차 합동설명회를 거쳐 30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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