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유희석 기자] LG화학이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소재기업 '샨샨구펀(杉杉股份)'에 매각한다. 중국과 타이완 등에 흩어져 있는 관련 사업을 모은 뒤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이후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다. 이를 인수할 중국 회사는 계열사를 상대로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LG화학은 사업 매각을 위해 우선 중국에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후 한국과 중국 난징, 광저우, 타이완 등의 자회사가 가진 LCD 편광판 사업과 지식자산을 전부 분리, 흡수한 뒤 샨샨구펀에 지분 70%를 넘기는 방식이다. <본보 2020년 6월 10일자 참고 [단독] LG화학, 中 소재업체에 LCD 편광판 사업 매각>
샨샨구펀은 LG화학 LCD 편광판 사업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다. 모회사인 샨샨그룹과 계열사인 닝보펑저무역(寧波朋澤貿易), 닝보시인저우지에룬투자(寧波市鄞州捷倫投資)가 샨샨구펀 주식 3억3700만주를 인수한다. 규모는 31억3600만위안(약 5300억원). 사실상 샨샨그룹 차원에서 LG화학 LCD 편광판을 인수하는 것이다.
샨샨그룹은 정융강(鄭永剛) 회장이 1989년 저장성 닝보에서 시작한 의류회사가 모태다. 1996년 상장과 함께 중견그룹으로 성장한다. 1990년대 말부터 정 회장은 금융과, 부동산, 무역, 유통, 배터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몸집을 급속히 불렸다. 2002년에는 중국 500대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정 회장은 회사가 급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잠재력 있는 회사를 싸게 사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많은 부를 쌓았다. 이 때문에 뛰어난 기업사냥꾼이라는 뜻의 '챠오왕(殼王·각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챠오는 중국어로 페이퍼컴퍼니를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정 회장이 LG화학의 LCD 편광판 사업도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사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슷한 규모의 중국 상장기업보다 이익을 7배 가까이 많이 내는데, 매각 가격은 1.5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 제멘(界面)은 "샨샨이 급하게 LG화학의 LCD 편광판 사업 인수를 결정한 이유는 가격이 쌌기 때문"이라며 "채솟값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샨샨구펀의 현금성 자산은 22억위안(약 3700억원)에 불과하고, 부채율도 47%에 이른다"며 "LG화학의 나머지 30% 지분까지 사들이면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LG화학은 "자동차용 LCD 편광판 등 일부 제품군은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아직 이사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고, 샨샨 측도 주주총회를 열어야 해 (매각가 등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