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짓다 붕괴해 많은 인명피해를 낸 수력발전소 보조댐에 대한 보상 작업이 사고 발생 2년 만에 진행된다. 그동안 사고 원인과 보상 범위를 놓고 라오스 정부와 SK건설이 팽팽히 맞서면서 보상 작업이 늦어졌다. 결국, 유엔까지 개입하며 국제문제로 비화하자 양측이 보상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9일 라오스 언론에 따르면 손사이 시판돈 라오스 경제부총리는 전날 의회에서 "남부 지역 당국이 지난 4월 (댐 붕괴사고 관련) 사업자들과 보상과 복구에 대해 합의했다"며 "총 보상비용은 9170만 달러(약 1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260만 달러(630억원)는 사망자와 고아, 재산 피해를 지원하는 데 쓰이고 3910만 달러(약 470억원)는 공공 인프라 복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2018년 7월 23일 SK건설이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짓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무너져, 주변 마을이 수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70여명이 사망했고, 66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유족이나 피해 주민에 대한 보상은 진행되지 않았다. 사고 원인 조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데다, 붕괴 원인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라오스 국가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5월 독립전문가위원회(IEP)의 조사 결과를 발표, "2018년 7월 23일 발생한 붕괴사고 전 며칠간 강우량이 꽤 많았지만, 붕괴가 발생했을 때 댐 수위는 최고 가동 수준 아래였다"며 "따라서 이 사고는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건설은 IEP의 조사 결과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피해 지역 주민의 고통이 계속되자 유엔 인권위원회가 나섰다. 지난 4월 이해관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이재민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고 임시 주거지에서 식량, 식수, 의료용품, 위생용품이 부족한 상태로 지낸다"면서 "하지만 사업 참여자들은 이재민과 충분한 보상 논의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 계획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본보 2020년 4월 30일자 참고 : '라오스 댐 붕괴' 2년, UN인권위 나섰다…SK건설·서부발전에 편지>
보상 합의가 이뤄지면서 SK건설은 이미 피해 지역 주민에 대한 주거 지원을 시작했다. 라오스 현지 기업과 함께 임시 숙소에서 지내는 피해 주민을 위한 주택 700여채를 짓고 있다. 손사이 부총리는 "주민 보상이 우선되며, 댐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에 대한 보상은 뒷순위로 밀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타프주 수력발전소 보조댐 사업은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이 각각 26%와 25%, 태국 기업과 라오스 국영기업이 나머지 절반을 출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