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관리공사, NH투자증권 펀드 투자 회수 불투명…수십억 손실

유선 통화 6회 만에 20억 예치 결정
회사 자금 운용 기준·연간 계획 미수립 '지적'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건설관리공사가 NH투자증권의 매출채권펀드에 투자한 20억원을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리스크를 살피지 않고 6회에 걸친 유선 통화만으로 즉흥적으로 투자를 결정해 손실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관리공사는 지난달 NH투자증권의 공공기관 확장형 매출채권펀드(옵티머스크리에이터3호)에 대한 투자 과정과 현황을 조사한 내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설관리공사 감사실은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운용사인 NH투자증권이 부실기업과 부동산 업체를 상대로 투자해서다. NH투자증권은 펀드 출시 당시 고객들에게 공공기관의 안정형 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투자는 리스크가 큰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고객들의 손실이 불어나자 NH투자증권은 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선(先) 보상금 지급을 협의했으나 결론을 짓지 못했다.

 

건설관리공사 감사실은 보상 방안에 합의점을 찾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설령 보상금을 받더라도 손해액이 크다고 판단했다. 보상금이 투자금 20억원을 만회할 정도로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감사실은 초기 의사결정 과정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건설관리공사가 매출채권펀드에 회사 자금을 투입한 경우는 없었다. NH투자증권이 처음이었다. 펀드는 예금이나 적금보다 위험성이 있는 상품이지만 공사는 리스크 검토에 소홀했다.

 

건설관리공사 재무팀장은 지난 1월 8일 NH투자증권의 담당 부장에게 가입 제안을 받았다. 이후 6차례의 통화를 통해 개략적인 설명만 들었다. 유의 사항을 비롯해 세부적인 상품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고민 없이 투자액을 정했다.

 

이후 21일 공식 공문도 아닌 자금 운용 계획서를 작성해 부서장에게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냈다. 결제 당시 문서에는 '펀드'가 아닌 '정기예금'으로 표기됐다. 재무팀장은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에 가입하면서도 사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이처럼 재무팀장이 재량으로 큰 금액의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은 회사 자금의 운용 기준 미비에 있다. 건설관리공사는 자금 운용 형태나 금액, 기간 등을 명시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연간 자금 수급을 계획을 세우지 않은 점 또한 내부 감사에서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설관리공사는 회계규정 제28조에서 매 회계연도 초에 자금 조달과 운용을 담은 연간 계획을 수립하고 사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규정과 달리 공사는 그동안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사장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건설관리공사 감사실은 펀드 투자 건에 대한 세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지시했다. 회계 관계 직원에 채권 회수를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회사 자금 운용 기준을 세우도록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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