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바이오협회 BIO(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 정부와 제약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개발부터 판매의 전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고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엄격히 제품을 승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BIO는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개발, 검토, 승인, 배포와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다음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5가지를 나열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 식품의약국(FDA)에 독립성 확보를 요구한 점이다. BIO는 "FDA는 외부 영향이 없는 국제 규제 기관으로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승인 과정에서 과학적·의학적 무결성을 준수해 허가 제품이 안전과 효능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회에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허가에 있어 정치적 영향을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IO는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은 정치적 고려를 제쳐둬야 한다"며 "정치가 신약 개발과 승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제약 업계에는 연구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주문했다. BIO는 "다양한 집단이 윤리적으로 참여하고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모범 사례를 고려해 임상 시험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권위있는 과학 회의는 독립적인 저널을 통해 중요한 임상 데이터를 발표해야 한다"며 "저널에 발표되기 전에 일부 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으면 이러한 경우 언론에 신중히 접근하고 보도자료만으로 데이터를 공개해선 안 된다"고 거듭 밝혔다. 홍보용 자료로 단순히 데이터를 언급하는 걸 넘어 모든 데이터에 명확한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BIO는 "이러한 원칙은 코로나19 관련 백신·치료제 개발이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로 이뤄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IO가 목소리를 내면서 백신·치료제 개발에 경쟁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와 이를 뒤받쳐 주는 현지 정부의 움직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제약 업계는 거대 이익에 눈이 멀어 개발을 서두르고 정치인과 규제기관은 여론을 의식해 임상을 승인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바이오 전문지 스탯(STAT)과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Harris Poll)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80%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이 과학보다 정치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내걸고 연말까지 백신 보급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3상 임상시험을 지원하고 있는 백신은 7종에 이른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지난 2일 미국의료협회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초까지 수억 도즈(1회 접종분) 수준의 백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