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美서 디젤 터보엔진 신기술 특허…픽업트럭 시장 강화 포석

터보 래그 줄이는 신기술…업계도 기대감
내년 첫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美 생산개시

[더구루=김도담 기자]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서 디젤 터보차저 엔진 관련 신기술 특허를 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 내놓은 디젤차가 한 대도 없고 아직까진 출시 계획도 없는 만큼 현지 대형 SUV나 픽업트럭시장 진입을 위한 중장기 준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 특허청(USPTO)에 디젤 터보 엔진 관련 신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디젤 터보 엔진의 단점인 '터보 래그'를 줄이기 위한 신기술이다. 터보 엔진은 같은 배기량의 일반 엔진보다 1.2~1.5배 많은 공기를 투입해 동력 성능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터보 엔진은 운전자가 엑셀 페달을 밝은 직후 충분한 공기가 투입되지 않아 엔진 내 연소와 실린더 운동, 즉 가속이 지연되는, 이른바 터보 래그(turbo lag)가 발생하는 약점이 있어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숙제로 안고 있다. 2개의 작은 엔진을 장착하는 트윈 터보나 저속에선 수퍼 차저, 고속에선 터보 차저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터보 방식이 나온 것도 터보 래그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는 단순하면서도 이전에 없던 새 방식을 꺼내들었다. 진공 펌프를 이용해 엔진 내 공기 압력을 모아놨다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을 때 터보 래그가 생길 우려가 있으면 이를 감지해 모아놓은 공기를 엔진에 주입해 엔진 내 압력을 유지해주는 방식이다. 엔진 내 공기 압력은 연료 분사-폭발-크랭크 운동이라는 엔진 구동 과정에서만 쓰이고 버려지는데 이를 터보 래그를 줄이기 위해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려 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흡기 기관 압력이 엔진 탱크의 압력보다 낮아지면 터보 래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작동하도록 설정됐다. 현대차는 별도 저장한 공기를 투입했을 때 연료와 접촉해 엔진을 오염시키거나 의도치 않은 연소가 이뤄지는 걸 막고자 진공 펌프가 연료를 배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볼보도 앞서 이와 비슷한 시도를 했으나 현대차처럼 재활용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비효율적인데다 볼보는 이미 디젤 터보 엔진에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해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현지 자동차 전문매체 더 드라이브는 최근 칼럼에서 "현대차의 새 기술은 이와 비슷한 볼보의 기술보다 더 지능적으로 작동한다"며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가 디젤 엔진 라입업이 필요한 현지 대형 SUV나 픽업트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현재 북미 시장에서 판매하는 디젤차종이 하나도 없고 공식적으론 출시 계획도 없어 당장은 이 특허기술이 필요 없다.

 

현대차는 내년(2021년) 미국 앨라배마공장(HMMA)에서 첫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양산을 시작하며 현지 픽업트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아직 디젤 터보 엔진 모델의 현지 판매 계획은 없지만 향후 라인업을 늘리거나 미국 공장 생산 디젤 모델을 제삼국에 수출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팰리세이드나 싼타크루즈 외에 도요타 랜드크루저나 쉐보레 타호 등과 맞설 본격적인 대형 SUV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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