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선언, 대우조선해양에 풍력터빈설치선(WTIV) 발주를 예고해온 스콜피오 벌커스가 돌연 미국으로 발주 방향 선회했다. 미국 조선소에 WTIV 발주 가능성을 시사한터라 수주가 유력했던 대우조선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스콜피오 벌커스는 미국 조선소에 WTIV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조선소에 신조선을 발주할 경우 미국상선법에 의거, 해당 선박을 미국 영해 내에서 운용해야 하고 건조비도 다른 나라에서 건조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그럼에도 미국 풍력시장 개발을 고려해 4~8척의 WTIV 신조 발주를 살펴보고 있다.
스콜피오 벌커스는 미국 해운대기업 스콜피오 산하 벌크선 회사다. 미국 조선소로 방향을 틀어 신조 발주에 나선 이유다. 카메론 맥케이(CAMERON MACKEY) 스콜피오 벌커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미 미국 조선소와 WTIV를 건조 관련 예비 상담을 진행했다"며 "미국 조선소에서 WTIV를 건조하는 건 아시아 혹은 유럽 조선소들이 선박을 건조하는 것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더불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긴밀한 제휴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콜피오 벌커스가 미국 조선소로 눈을 돌리면서 단독 수주를 기대했던 대우조선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스콜피오 벌커스가 보유 벌크선 6척을 잇달아 매각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대우조선에 WTIV 투자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스콜피오 벌커스는 지난 7월 대우조선과 WTIV 1척, 옵션 3척 관련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하며 발주를 구체화했다. 사업 규모는 2억6500만~2억9000만 달러(약 3168~3467억원) 수준으로 최종 계약은 올 4분기 초 진행될 예정이었다. 확정분 인도는 2023년이다. 특히 해당 계약에는 1조원대 옵션도 포함돼 추가 수주까지 예고됐었다. <본보 2020년 10월 9일 참고 대우조선, '1조' 풍력터빈설치선 사업 수주 임박…美 스콜피오 자금 확보>
스콜피오 벌커스가 대우조선과 계약과 별개로 미국 조선소에 발주하면 문제없겠지만, 대우조선 물량까지 미국 조선소에 맡기면 대우조선은 최대 1조 규모의 WTIV 수주 기회를 잃게된다.
한편, 스콜피오 벌커스는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해 보유 선박을 처분하며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8척의 선박을 매각한 스콜피오는 남은 40척 이상의 선박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스콜피오 벌커스는 향후 10년 내 이 시장의 연평균 복합성장률이 15%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터빈날개, 타워, 관련 장비 등을 운송하려면 더 크고 발전된 선박이 필요한 반면 차세대 풍력터빈의 핵심을 설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선박은 갈수록 부족할 것으로 판단해 그룹 다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