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국적선사 에이치엠엠(HMM)과 해양진흥공사가 컨테이너 박스 제조업체와 힘을 합쳐 컨테이너 박스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글로벌 컨테이너 박스 가격 상승과 지난해 3월 이후 중국 내 박스 제조사간 담합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이어져 구매가 힘들어지자 국내 자체 생산에 나서 중국 공급시장 독점에 대응하겠다는 의도이다. 현재 컨테이너 박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HMM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 5일 서율 여의도 해운협회에 모여 국내 컨테이너 박스 제조공장 합작법인 건립 추진을 위한 논의를 가졌다.
생산공장 합작법인은 컨테이너 제조업체인 씨스포빌을 최대주주로하고, HMM과 해운협회를 포함해 주요 선사, 해진공(회사채 지원) 등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최대주주가 되는 씨스포빌은 휴양콘도 운영업과 레저산업시설 관리업 및 해상여객운송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다. 중국에 컨테이너 박스를 생산하는 광동현대모비스유한공사가 지분율 100%를 갖고 있다.
합작법인 자본금은 1000억원 규모로 토지500억원, 설비400억원, 건설100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컨테이너 박스 제작업체 씨스포빌이 300억원(50%) △HMM 210억원(35%) △기타선사 90억원(15%) △보조금 250억원(최대 300억원) △대출지원 150억원 등으로 마련해 연간 10만개 생산을 목표로 한다. 경남·전남 등 항만 인접지역에 약 3만평 면적으로 설립할 계획이다.
이들은 합작법인 설립 후 수입에 의존하는 컨테이너 박스 수입을 대체하고, 국내 신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외화 유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선사가 해외리스사에 지급하는 컨테이너 박스 리스료 지급액은 2019년 기준 약 2억6000만 달러(약 2935억원) 수준이다.
HMM과 공사 등이 나서 컨테이너 박스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이유는 중국의 글로벌 컨테이너 박스 공급시장 독점 등에 대응해 국적선사의 안정적 확보가 시급하다는 필요성이 대두되서다.
최근 해운업계는 선적 컨테이너 부족에 따른 해상운송 비용이 급등하면서 컨테이너 박스 가격도 오르고 있다. 박스 운임 상승은 세계 컨테이너 박스 생산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업체 CIMC, CXIC 등이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데다 아시아~미국 항로의 항만 적체가 지속돼 컨테이너 박스 품귀현상이 이어지면서 비롯됐다.
실제 신조 컨테이너 박스 가격이 지난 1월 기준 20피트형 드라이 컨테이너 박스 신조 가격이 개당 3500달러(약 395만원) 이상으로 기록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800 달러와 비교해 80% 이상 올라갔다. <본보 2021년 2월 22일 참고 운임 이어 컨테이너 박스도 가격 급등…80% 인상>
특히 컨테이너 박스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제조업체에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이같은 컨테이너 박스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국내 자체 생산공장을 만들어 수급 불균형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조사 설립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 신조 가격이 역사상 가장 고점인 지금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현재를 기준으로 사업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컨테이너 수급상황이 완화돼 제조단가가 하락할 경우 그 손실을 해운선사나 세금으로 메꿔줘야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HMM과 정기선사들이 자금도 투입하고, 물량까지 보장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HMM 관계자는 "컨테이너 박스 합작법인 참여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