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백승재 기자] 여러분 혹시 지목이란 말을 아시나요? 지목은 토지의 주된 사용목적에 따라 토지 종류를 구분하는 걸 말하는데요.
이 지목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집은 바로 이 지목을 잘 활용한 것 같은 회장님입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故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다.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전무이사, 부사장을 거쳐 198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신인 금호실업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다. 이후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계속된 경영악화에 기내식 파동 등 오너리스크가 겹치면서 박 전 회장은 지난 3월 28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남산 '용맥'이 한강 만나는 풍수명당 '한남동'
박 전 회장의 집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있다. 국내 최고 부촌 중 하나인 유엔빌리지는 원래 1956년 외국인 주택단지로 조성된 곳이다.
한국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UN군 장병 가족과 미국 경제조정관실 직원 가족들을 위해 이곳에 외인주택 건설을 지시한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외국인들이 살 만한 집이 없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이들에게 주택을 제공하고 임대료를 달러로 받으면 외화 확보에 도움이 될 거란 계산이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재벌들이 이곳에 터를 잡기 시작하면서 유엔빌리지는 대한민국 대표 부촌으로 자리잡게 된다. 현대자동차 오너 일가도 이 곳에 집을 9채나 가지고 있으며,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등 많은 재벌들이 이 곳에 집을 소유하거나 거주하고 있다.
재벌들이 유엔빌리지를 선택한 것은 치안과 사생활 보호 때문이다. 유엔빌리지 내에는 슬로바키아, 이집트 등 많은 대사관들이 들어서 있다. 대사관은 외교문제와 직결된 곳이기 때문에 정부는 주변 치안에 특히 신경 쓴다.
또 유엔빌리지는 언덕빼기에 위치해 있으며 버스정류장,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멀다. 일반적인 입지조건으로 봤을 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나, 반대로 재벌들에게는 사생활 보호에 좋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풍수지리적 '명당'이라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한남동은 남산의 용맥이 한강을 만나는 모양새로 동쪽으로 응봉산 자락에 둘러싸여 있고, 북서쪽으로 남산(南山)이, 앞으로는 한강이 굽이쳐 흐른다.
특히 유엔빌리지 지역은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靈龜飮水形(영구음수형)의 길지라는 게 풍수지리학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곳에서는 재물이 쌓이고 훌륭한 후손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 유명인사들이 이 곳을 보금자리로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차장 부지 200% 활용한 회장님
박 전 회장의 집은 800㎡ 부지에 연면적 544.22㎡ 규모로 지어졌다. 지하1층, 지상2층으로 이뤄진 단독주택이다.
여기에 주차장으로 신고된 두 필지 면적 394㎡를 합치면 부지만 1194㎡에 육박한다. 이는 서울광장 잔디밭의 5분의 1에 달하는 면적이다. 박 전 회장은 2003년 대지로 신고돼 있던 필지 두 곳의 지목을 주차장으로 변경했다.
토지에 세금을 부과할 때 기준 중 하나는 토지의 용도다. 크게 사업용토지와 비사업용토지로 나뉘는데 비사업용토지는 양도세가 중과되는 경우가 많다.
비사업용토지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나대지와 잡종지, 즉 ‘노는 땅’이다. 지목이 대지나 잡종지인 경우 건축물을 짓거나 물건을 쌓아 놓는 등 사업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비워두었다면 이를 노는 땅으로 본다.
이런 노는 땅이어도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지 않는 예외 경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주차장용지다.
박 전 회장이 주차장으로 등록된 필지를 처분할 때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대세투자’ 주차장 용지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차장 용지에 건물을 올리는 것은 일반적인 투자 방법 중 하나다. 현행법 상 주차장 용지에 건물을 올릴 경우 전체면적 30% 이내로 상업시설을 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5층 규모의 주차장 빌딩을 개발할 경우 1~2층은 상가로 짓고 나머지 층은 주차장을 지을 수 있다. 주차장 용지를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는 부동산 투자 방법인 셈이다.
게다가 1~2층 상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분양가 높기 때문에 1~2층에 법적 허용 비중인 30%에 맞춰 상가를 지을 경우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지보다 주차장 용지가 저렴하다. 여기에 매매 시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기대 효과를 볼 수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박 회장의 의도를 알 수 없으나 부동산 투자의 관점에서 박 전 회장은 주차장 용지를 잘 활용한 것"이라며 "최근 주차장 부지를 활용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