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의 소형 원전 실험…獨언론 "美전문가도 회의적"

워런 버핏 협업 2030년 상업운전 추진…"더 경제적이고 안전"
전문가들 회의론 "성공 장담 못해" "탈탄소와는 별개의 문제"

 

[더구루=김도담 기자] 신·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의 한 방송사가 세계적 부호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 현지 전문가의 비판적 시각을 집중 조명하며 회의론을 펼쳤다.

 

독일 국제방송사 독일의 소리(DW)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사를 통해 '과학자들이 빌 게이츠의 핵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영미권 학자의 비판론을 전했다.

 

빌 게이츠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신개념 원자로 개발을 목표로 2006년 테라파워(TerraPower)를 설립했다. 테라파워는 또 지난해(2020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설립한 퍼시피콥(PacifiCorp)과 손잡고 2030년 SMR을 활용한 소형 원자력발전소 '나트리움(Natrium)을 상업 운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기로 했다.

 

기존 원전은 최대출력이 1000메가와트(㎿) 이상이지만 250억달러(약 30조원)의 높은 비용과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반면, 최대출력이 345㎿의 빌게이츠식 소형 원전은 건설 비용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밖에 들지 않고 건설 기간도 7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게 테라파워측 주장이다.

 

미국 청정에너지전환법은 2025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중단하고 2045년까지 전력 생산의 완전한 탈탄소를 추진하고 있다. 또 탈탄소 발전을 위해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SMR을 그 대안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당국은 테라파워의 신개념 원자로 연구에 8000만달러(약 950억원)를 이미 지원했다. 원전업계를 중심으로 SMR은 기존 원전보다 비용 부담이 훨씬 적고 더 안전해서 전 세계적으로 보급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비영리 단체 클린 에어 태스크포스의 원자력 혁신 총괄 브렛 램펠은 DW에 "소형 원전은 탄소 배출 없이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원자력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전력 생산량이 일정치 않은)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DW는 그러나 다른 많은 전문가의 말을 빌어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 친환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연구원 안토니 프로그가트는 DW에 "소형 원자로라고는 하지만 최대출력 345㎿로 기존 1000㎿와 비교해 그렇게 작은 것도 아니다"라며 "모듈화 역시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고 모듈화가 잘 안될 경우 더 경제적이라는 그들의 주장 역시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대기과학 교수 마이클 만은 "빌 게이츠는 줄곧 이미 검증되고 안전하게 탈탄소화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기술의 역할을 경시하고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나 원자력 같이 더 위험한 기술을 추구하고 있다"며 "방향성이 틀렸고 위험하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의 얀 하버캄프도 "원자력은 (탈탄소를 위한) 긴급기후행동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원자력에 대한 최근 관심은 원자력업계가 산업 쇠락의 절박함 속에 원자력을 기후변화의 해법으로 묘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빌 게이츠가 구상하는 소형 원전 나트리움에는 핵폭탄 제조를 위한 재처리 기술이 포함돼 있다"며 "이점만 놓고 보더라도 너무 위험한 아이디어"라고 지적했다.

 

미국 코넬대 로버트 하워드 교수는 "오늘날 태양광 에너지·풍력은 전통의 원자력보다 훨씬 싸고 더 빨리 가동할 수 있고 더 안전하다"며 "소형 원전이 전통의 원전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아직 실험 단계일 뿐이고 실현 가능성 역시 의문이 있는 만큼 현재로선 가능한한 빨리 원전을 포기하고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가장 현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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