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도담 기자]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며 연일 반공 메시지를 밝히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행보에 중화권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나 동남아, 대만, 홍콩 등 비 공산당권 화교 매체에서 호기심 어린 가십성 기사를 내는 반면 공산당 1당 독제 체제인 중국 본토에선 정작 이렇다 할 보도 자체가 없어 눈길을 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중국 고객이 주타깃인 신계세면제점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대만의 ET투데이신문은 지난 21일 '한국의 한 기업인이 5일째 '공산당이 싫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호적인 뉘앙스로 보도했다. 대만(옛 국민당)은 2차대전 직후 중국 공산당 정부에 패해 본토에서 밀려난 역사적 배경 아래 반중 정서가 강하다.
이 언론은 한국 언론을 재인용해 정 부회장의 연이은 발언을 소개하며 "그가 주주나 계열 기업이 중국인 불매운동 같은 압력을 두려워 않고 반공과 민주주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신세계 산하 이마트가 1997년 중국에 진출했다가 2016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결국 이듬해 완전 철수했다는 내용을 함께 소개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삼성그룹 오너 일가라는 점, 중화권에서도 인기 많은 배우 고현정의 전 남편이라는 개인사도 함께 소개했다.
기사는 대만 내 친중 성향의 일부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 '중국 공산당이 대응해야 한다. 면세점 등을 불매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이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틀린 말 없다. 한국인이 어떻게 공산당을 좋아할 수 있나. 무서울 뿐이지"라는 공감 댓글도 달렸다.
말레이시아의 화교 매체 시화일보(詩華日報) 역시 같은 날 국내 언론을 인용해 정 부회장이 5일째 반공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주주와 계열사 등이 우려하고 있다며, 신세계그룹 현황과 정 부회장의 신상을 소개했다.
반중 성향이 강한 재미 화교 매체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에포크타임스)도 23일 '이재용(삼성그룹 회장) 사촌의 연이은 반공 글이 큰 지지를 받았다'는 기사를 통해 정 부회장의 개인사와 최근 인스타그램 업로드 내용, 댓글까지 상세히 소개했다. 그가 일반 재벌과 달리 친근한 스타일에 인스타그램 팔로어 70만명을 넘는 '온라인 셀러브리티'라고 호평하며, 이 발언 관련 반응 역시 대부분 우호적이라고 소개했다.
정작 중국 본토 언론은 조용하다. 중국 공산당의 직·간접 통제 하에 있는 현지 언론으로서 외국 유명인의 반공 발언을 굳이 들춰내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다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뉴스 전문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20일 '중국 시장 손실 때문? 한국 기업 임원의 반공 발언 논란'이라며 관련 내용을 부정적으로 다뤘다. 이 언론은 여러 국내 언론보도 중 비판적 내용 위주로 인용해 중국 사업 실패에 따른 불만 표출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공산당 호불호는 개인 자유이지만 그 언행이 주주와 직원,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하는 건 문제이며,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의 보이콧으로 실질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인용 보도했다.
이 기사 댓글은 정 부회장의 발언뿐 아니라 신세계그룹, 나아가 한국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한국 신세계그룹을 불매해야 한다', '외국 기업은 신뢰할 수 없다', '한국이 싫다', '우리도 재벌과 자본가가 싫다'는 등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다. 다만, '정 선생(부회장) 당신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지하는 듯한 뉘앙스의 댓글도 일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