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미중 무역전쟁 속에 북미 수입항로 물동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이 반사 이익을 거두고 있다.
28일 미국 통관통계기관 피어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발 아시아 18개국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2.9% 증가한 64만1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발 아시아착 주력 화물인 '종이, 판지류 및 종이 관련 제품'(종이류)의 경우 중국착 화물은 감소한 반면 한국, 대만착 화물은 대폭 증가했다.
이는 증가 관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중국 측 수입자가 한국·대만 등 다른 지역 경유(経由) 수입 방식으로 전환 조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부과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중국 도착 이전 환적이 이루어지면 해당 항만의 국적 기준 관세요율이 적용된다. 이렇다 보니 항만 경유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이나 대만 등에 한적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남아시아행 화물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국가별 3월 실적으로는 한국의 북미 서항 화물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37% 늘어난 8만1630TEU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실적이다. 특히 종이류의 경우 한국행 물동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늘어났다. 이는 경유 화물이 한국에 유입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대만도 전년 동월 대비 16% 늘어난 6만1360TEU를 기록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반면 미국산 화물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전년 동월 대비 26% 큰 폭 감소한 17만 507TEU를 기록했다. 중국의 주력 수입품목 중 1위인 종이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큰 폭 감소했으며, 동물용 사료와 철강제품 모두 수입 감소가 두드러졌다.
북미 서항 1~3월 물동량 누계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어든 171만1958TEU로 나타날 정도로 미국발 아시아착 물동량의 감소세는 뚜렷하다. 이는 아시아발 미국착을 의미하는 북미 동항 물동량이 2019년에도 견조한 실적을 나타내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이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중국 항만의 취급 실적이 약진하면서 중국을 제외한 한국 부산항, 대만 가오슝항 등에 관세 회피를 위한 경유 물량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한국·대만 주요 항만들에 경유 물량이 몰리고 이를 통해 취급량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