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누워서 떡 먹기'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중견기업은 감시망을 피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사익을 편취해왔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자산 5조원 이상의 재벌만 규제 대상으로 삼아서다.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이를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중견기업이 공정위의 새 타깃이 된 가운데 매일뉴스에서 이들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자산 5조원 미만 그룹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확대하는 가운데 삼양그룹에 이목이 집중된다.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는 내부거래 비중이 66% 이상으로 늘었다. IT 서비스 회사 삼양데이타시스템도 삼양사와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수혜 계열사로 꼽혔다.
◇삼양홀딩스·삼양데이타시스템 일감 몰아주기 '온상'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홀딩스 그룹은 2017년 기준 국내 상장사 4곳과 비상장사 11곳, 해외 4곳 등 총 17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국내 계열사들의 자산은 총 4조9000억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에는 벗어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을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삼양 그룹은 법망을 피해 일감 몰아주기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다. 국내 계열사 중 김윤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의 직간접 지분이 20% 이상인 곳을 살펴보면, △삼양홀딩스 △삼양데이타시스템 △삼양사 △삼양바이오팜 △삼양화성 △삼양에프앤비 △삼양이노켐 등이 거론된다.
이들 회사 중 일감 몰아주기로 수혜를 입은 회사는 삼양데이타시스템과 삼양홀딩스다. 삼양에프앤비와 삼양사는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1%가 채 되지 않아 미약한 수준이다.
삼양이노켐은 삼양화성과의 거래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렸으나 이는 제품 생산을 위해 원료 수급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삼양이노켐이 제조한 비스페놀에이(BPA)는 삼양화성이 생산하는 폴리카보네이트(PC)의 원료로 사용된다.
문제는 삼양홀딩스와 삼양데이타시스템이다. 양사는 2017년 기준 김윤 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비롯해 최대 주주 지분율이 43.3%에 이른다.
삼양홀딩스는 2017년 내부거래액이 약 330억66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약 915억9100만원)의 36%를 차지한다. 다만 배당수익과 지분법이익을 제외한 매출(약 487억3500만원)로 비교하면 내부거래 비중은 60%가 넘는다.
삼양데이타시스템은 같은해 매출액이 약 469억9000만원을 기록한 가운데 내부거래액이 약 144억9700만원에 달했다. 매출의 30% 이상을 내부거래에서 올린 셈이다.
◇내부거래 삼양사에 집중
5년간의 추이를 보면 삼양홀딩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작년 말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이외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사례 분석'에 따르면 삼양홀딩스는 2012년 내부거래 비중이 7.6%에 그쳤으나 5년 후 67%까지 뛴다.
삼양홀딩스의 내부거래는 삼양사에 집중된다. 삼양사로부터 거둔 매출은 2017년 약 250억600만원으로 전체 내부거래의 75%에 달했다. 2012~2015년 19억원대에 머물렀던 삼양사에 대한 매출은 2016년부터 20억원대를 넘어섰다.
삼양데이타시스템도 삼양사로부터 상당 부분 매출을 올렸다는 점에서 삼양홀딩스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 회사는 2017년 삼양사로부터 전체 내부거래의 62%에 달하는 약 90억5932만원을 거뒀다. 이는 2012년 삼양사로부터 거둔 매출이 내부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임을 고려하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삼양사에 이어 휴비스, 삼남석유화학, 삼양화성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데이타시스템은 휴비스로부터 14억3964만원, 삼남석유화학으로부터 11억1403만원, 삼양화성으로부터 7억6634만원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