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르면 내달 안으로 이 부회장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 부회장의 형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3인의 판단에 달려있다. 이들은 삼성과 어떤 인연이 있을까. <매일뉴스>가 삼성과 얽힌 법관 14인의 과거 판례를 낱낱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김명수 대법원장과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삼성이 치른 다양한 소송과 얽혀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뇌종양을 산업재해로 처음 인정하고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을 맡아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등 굵직굵직한 소송을 도맡았다.
◇ 에버랜드 CB·증여세 소송 맡아
권순일 대법관은 2004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시절 삼성가의 변칙 증여에 제동을 걸었다.
권 대법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송파·용산 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를 '증여'로 판단했다. 증여세 443억원을 물도록 한 세무서의 결정이 적법했다고 봤다.
조희대 대법관 또한 삼성의 경영 승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법관이다. 가장 잘 알려진 판결은 2007년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 사건이다.
조 대법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이 사건을 맡아 허태학, 박노빈씨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단순 배임죄를 적용했던 1심보다 무거운 형이다. 조 대법권은 이들의 배임 행위로 이 부회장 등이 최소 89억원 이상의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 노조 탄압·산재에 진보 성향 판결
경영 승계 외에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판결도 내렸다. 조 대법관은 2016년 삼성 그룹 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해고된 조창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 에버랜드는 당시 조 부위원장이 노조 활동을 위해 직원 개인정보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는데 법원은 사측의 징계가 지나쳤다고 판단했다. 삼성노조 활동을 방해하고자 해고를 했다는 조 부위원장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이 같은 판결은 2015년 2심 재판에서 나온 결론과 동일한 것이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조 부위원장의 부당 해고 사건을 맡아 해고 무효 판결을 했다. 삼성의 입장에 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이기택 대법관은 뇌종양을 산업재해로 처음 인정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법관은 지난 201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퇴직한 뒤 뇌종양에 걸려 숨진 이윤정(사망 당시 32세)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맡았다.
이 대법관은 상고심에서 "업무와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이 판결로 하급심과 산재 행정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LG전자와 삼성전자 간 세탁기 소송에서는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삼성전자는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가 2014년 9월 유럽 가전박람회 'IFA 2014' 개막을 앞두고 베를린 시내 매장에 진열된 삼성 크리스탈 블루도어 세탁기를 고의 파손했다며 기소했다. 이 대법관은 조 대표이사의 무죄를 인정했다.
박상옥 대법관 또한 지난해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간 위약금 청구 소송, 2016년 삼성생명 보험금 지급 소송 등을 맡았었다.
한전과의 소송에서는 삼성전자가 예비전력을 얻고자 공장 간 전기설비를 무단으로 설치했다고 판단, 삼성전자에 약 13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소멸시효가 끝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정해 삼성생명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