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백승재 기자] 제주도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들어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상업용 부동산 투자수익률도 급감했다. 올해 제주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전국 최하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제주도 부동산을 들썩였던 ‘한 달 살기’ 열풍이 시들해진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지역 경기침체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7월 매매가 0.3% 하락…전·월세 가격 하락폭 확대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도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3% 하락했다. 충청북도(-0.33%)와 강원도(-0.32%)에 이어 하락폭이 가장 크다.
전세가격도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1월 0.11%, 3월 0.13% 각각 하락한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지난달 추가로 0.37% 떨어졌다. 올해 1~7월 제주도 전세가격은 총 1.16% 하락, 전년동기(-0.75%)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
월세가격도 지난달 0.34% 하락하며 전달(-0.10%)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 특히 단독주택이 0.44% 하락하며 전달(-0.03%)과 비교해 낙폭이 가장 높았다.
◇해외로 옮겨간 ‘한 달 살기’ 열풍…제주도 유입 하락
업계에서는 제주도에서 시작된 한 달 살기 열풍이 해외로 옮겨가면서 제주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6월 국내인구이동’ 보고에 따르면 제주도 순유입 인구는 396명을 기록했다. 2017년(월 평균 1167명)의 33.9% 수준이다.
통계청은 △건설경기 하락으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 △시들해진 제주살이 열풍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제주도 순유입 인구 감소는 지난해 12월 47명을 기록하며 최하점을 찍었다.
반면 제주도 한 달 살기 열풍이 시들해지기 시작한 지난해 해외 한 달 살기 여행객은 2016년 대비 198% 늘었다.
티몬이 헤외 항공권 발권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 2월 혼자 떠나는 한 달 살기 여행객은 전년동기대비 143%, 가족단위 한 딜 살기 여행객은 112% 증가했다.
여행기간은 26~31일이 36%로 가장 많았고, 20~25일이 34%, 32~37일이 14%로 집계됐다. 44~50일의 장기 여행객도 6%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한달살이 열풍이 시들해지며 한달살이용 숙박업소들의 공실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번질까 ‘노심초사’
전문가들은 한 달 살기 열풍 등으로 과열된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이 지역 경기 전반을 침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오피스텔 등 ‘한 달 살기족’을 겨냥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주지역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0.4%로 지난해(1.02%)보다 0.62%p 하락했다. 전국 평균(1.84%)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대형상가 역시 투자수익률 0.52%를 기록하며 전 분기(1.09%)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소규모상가는 전 분기(1.06%)보다 크게 낮아진 0.5%를 기록했다. 집합상가 투자수익률도 전 분기 1.34%에서 0.76%로 낮아졌다.
중대형상과와 소규모상가의 투자수익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집합상가 투자수익률도 세종(0.45%)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감정원 관계자는 “공급이 많아지면서 자산가치가 하락, 투자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이승혼 기획조사부 부장은 “그 동안 지가 상승 등으로 정주여건이 악화된데다 현지인들의 인구유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제주 지역 경제 성장에 인구유입이 상당부분 기여한 것을 감안할 때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