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한아름 기자] 셀트리온의 올해 '2조클럽'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삼총사'로 불리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정진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기우성 부회장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에도 역대 최고 매출(1조8908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실적 역시 장밋빛 전망이다. 이 같은 호실적에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기 부회장의 4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올해 3분기 매출 6456억원, 영업이익 2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6%, 28.1%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조7733억원을 기록해 연 매출 2조원 돌파를 예고했다. 본업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에 충실해 얻은 값진 성과다.
기 부회장은 2015년 셀트리온이 오너 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전환하면서 지휘봉을 잡았다. 서 명예회장의 두터운 신뢰로 2018년에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의 인연은 1988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대우자동차 재직 시절부터 20여년간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해외 곳곳 다니며 직판 체계 구축… 수익성↑
넥솔(셀트리온홀딩스 전신) 시절부터 서 명예회장의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글로벌 출장길에 오르며 투자를 진두지휘했다. 기 부회장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명함도 못내는 불모지였던 지금의 셀트리온의 초석을 다진 주역으로 평가받는 만큼 서 명예회장의 2030년 화이자를 뛰어넘겠다는 경영 목표를 달성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기 부회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준비에 숨가쁨 시간을 보냈다. "발바닥에 불이 나게 업계 관계자들과 만났다"고 후일담을 전하곤 한다. 그 결과, 셀트리온은 2019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셀트리온이 수십 년간 국내 제약산업을 주름잡아온 한미약품·종근당·대웅제약 등을 제친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경영 스타일은 정평이 나 있다. 해외 직접 판매망을 갖추는 작업을 완료해 수익성을 확대하겠단 계획이었다. 유통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면 탄력적인 가격 전략에 기반한 입찰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해외서 약을 판매하려면 파트너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기 부회장과 유럽을 제 집 안방 다니듯 다니며 유럽 곳곳에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연구개발(R&D) 현황 등을 소개하고 주요 파이프라인과 미래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2019년 터키·아일랜드에 이어 이듬해엔 독일·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램시마SC 직판에 들어갔다. 그 결과 램시마 및 램시마SC는 2분기 독일에서 5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 56%, 영국 60%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처방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기 부회장은 서 명예회장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여전히 세계 곳곳을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2030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외 영업맨'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램시마SC 美 진출 앞둬… 바이오베터 전략도 기대
신규 시장에 셀트리온 제품이 속속 진출하면서 몸집 키우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램시마SC가 최대 바이오 시장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에서 신약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램시마SC는 독일에서 27%의 점유율을 달성한 만큼 유럽 의료진과 환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도 한 몫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및 항암항체 후속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유럽과 영국, 일본 등에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의 판매 승인을 얻기도 했다.
바이오시밀러 못지않게 기 부회장이 강조하는 부분은 바이오베터다.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기존 의약품의 효능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선한 차세대 의약품이다. 기 부회장은 바이오베터 대표 품목으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를 내세웠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유럽장질환학회(UEGW2022)서 유플라이마의 특장점을 강조하며 마케팅을 강화했다.
기 부회장은 유플라이마가 세계 최초의 고농도 바이오시밀러라는 장점을 내세워 교체 처방을 유도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면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제품력으로 승부수를 띄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유플라이마는 경쟁 제품들에 비해 시장 진입은 비교적 늦었지만 처방 데이터가 쌓이면서 장점을 인정받고 있다.
신규 사업에서도 기 부회장의 경영 성과가 두드러진다.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리제네론을 상대로 한 2건의 특허 무효소송 1심에서 잇달아 승소했다. 특허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 CT-P42 개발 이후 안정적인 미국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앞서 2021년 아일리아 제형 관련 특허 1건에 대해 선제적으로 무효소송을 제기해 올 3월 특허권자인 리제네론의 최종 특허 포기를 받아냈다. 물질 특허와 독점권이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신속하게 CT-P42 상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선 주력 사업의 경영 평가와 함께 셀트리온 형제 3사간 합병이슈가 기 부회장 4연임에 힘을 실어주는 배경으로 꼽는다. 2020년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합병방안과 합병시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 부회장이 합병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음은 기우성 부회장 프로필이다.
▲1961년생 ▲1988년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1988년 대우자동차 기획실 ▲2000년 넥솔(現 셀트리온홀딩스) ▲2007년 셀트리온 기술생산부문 생산지원 본부▲2008년 셀트리온 생명공학사업부문 생산지원 본부 ▲2012년 셀트리온 경영지원부문 ▲2015년 셀트리온 대표이사 사장 ▲2018년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