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구루] '100년 토대' 깃발 든 동아쏘시오 정재훈號, "1위 탈환하자"

'믿음의 경영' 전도사로 13개 계열사 시너지 노린다
밸류크리에이터로…원료생산·신약개발 등 체인구축

[더구루=한아름 기자] "올해는 동아쏘시오그룹 100주년을 향한 첫걸음의 해다.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오는 3월 취임 2주년을 맞는 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한계에 도전하고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한 해가 되자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향후 10년간 '신약·바이오·헬스케어'를 3대 축으로 삼아 100년 기업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매출 1위 제약사'로서의 옛 위용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동아제약은 지난 1967년부터 47년간 매출 규모 기준 국내 1위 제약사 자리를 지켜왔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리를 내줬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그룹 밸류 크리에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창립 90주년 행사에선 지주사의 역할은 그룹 내 유무형 가치를 발견하고 만들어 내는 그룹 밸류 크리에이터로 회사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드라이븐 건 사업구조 개편은 초반의 기세와 달리 분할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매출 하락이란 아픔도 겪었다. 경영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지주사 체제가 되레 독이 됐다. 유한양행과 녹십자, 종근당,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에 줄줄이 순위를 내줬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매출 기준, 동아에스티(전문의약품 회사)는 16위에 그쳤다.

 

인적분할 이후 실적이 엎치락뒤치락하자 구원투수로 정 대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무 승진 1년여 만에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하며 지휘봉을 잡았다. 동아쏘시오홀딩스 비서실장으로 2세인 강신호 명예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터라 오너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계열사별로 실행할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다.

 

◇미국·유럽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선봬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올해는 변곡점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간 연구 역량을 집중해온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어서다. 앞서 동아에스티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 선두 주자들보다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을 마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간 전통 제약사들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성을 예견하고 각 계열사에 바이오 기업보다 한 세대 이상 뒤떨어진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했다. 여기에 각 계열사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믿음의 경영'도 시도했다.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B-3115는 그의 철학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스텔라라는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얀센)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판상형 건성과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에 쓰인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전통 제약사가 진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 대표는 동아에스티가 DB-3115 개발을 가속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동아에스티는 주력인 화학의약품 외에 바이오의약품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동아에스티는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빠르게 DB-3115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마무리했다. 내년 상반기 미국과 유럽에서 품목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동아에스티와 에스티젠바이오의 매출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에스티는 에스티젠바이오가 생산한 임상시료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존슨앤존슨에 따르면 작년 기준 스텔라라 글로벌 매출은 약 12조2300억원이다. 계열사 간 연계 사업으로 쌍끌이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정 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각 계열사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잘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그룹이 지난 몇 년 새 가장 주력하고 있는 신사업 발굴에 대한 이해도가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 중 하나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산하엔 13개의 계열사가 있는데, 의약품과 비(非) 의약품 분야로 나뉜다. 의약품 계열사는 △동아에스티(전문의약품 회사) △에스티팜(원료의약품 회사) △동아제약(일반의약품 회사) △에스티젠바이오(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총 4곳이 있다. 용마로직스는 의약품 전문 운송 업체로, 참메드는 이비인후과 전문 의료기기 기업으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메인인 의약품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용마로직스는 지난해 의약품·백신 품질을 최적의 상태로 유통할 수 있도록 콜드 체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각 계열사의 동력이 합쳐지면 못 할 것이 없다고 평가한다. 

 

◇각 계열사 간 연계 사업 시도… 가치 제고 힘써

 

동아제약의 계열사인 에스티팜도 정 대표의 관심사다. 현재 원료의약품 생산을 주력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신약 개발 업체로서 성장성을 높게봤다.

 

강점을 살리는 맞춤형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리고 핵산 치료제 생산 역량을 대폭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7월 반월 1공장의 올리고 핵산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을 최대 3.2톤으로 끌어올리는 증설을 완료했다. 기존 생산 능력의 두 배 이상으로, 세계 2위 수준이다. 이어 반월 2공장 신축도 진행 중인데, 신축이 완료되는 2026년에 생산 능력은 최대 7톤으로 현재의 두 배로 뛰게 된다.

 

단박에 그의 리더십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에스티팜은 코로나 mRNA 백신 후보물질 'STP2104'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 자회사 버나젠과 레바티오 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버나젠은 mRNA를 이용해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을 타깃 하는 감염병 백신을 개발 중이다.

 

신약 개발과 함께 동아제약을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키우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정 대표는 동아제약이 건기식·일반의약품 사업에 올인해 회사의 도약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실제 지난 3분기 동아제약의 매출은 15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성장해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동아제약은 △박카스 △일반의약품(OTC) △생활 건강 총 사업부 3개로 나뉜다. 주력 제품은 박카스와 비타민 브랜드 '오쏘몰'(종합비타민)과 '미니막스'(어린이영양제) 등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제약사 순위에 연연하기 보다는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며 "내실을 다지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체질 개선을 위해 체력을 기르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정재훈 대표의 프로필이다. 

 

▲1971년생 ▲2009년 성균관대 약학 석사 ▲2011년 동아제약 운영기획팀장 ▲2013년 동아쏘시오홀딩스 비서실장 ▲2019년 정도경영실장 ▲2021년 동아쏘시오홀딩스 부사장(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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