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한아름 기자]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뜻을 기려 설립한 임성기재단이 출범 2년을 맞았다. 임 회장의 신약개발에 대한 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공익목적사업 총비용은 23억2000만원에 달한다. 연구자 지원금(12억원)뿐 아니라 인력·시설비용 등 폭넓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재단 설립 이후 맞닥뜨린 여건은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에 녹록지 않은 투자·시장 분위기에 제약 바이오 연구 의지가 빛을 바랬다. 연구개발(R&D) 투자로 제약 바이오 기업 몇몇은 재정 상태 악화에 이르렀다. 국민적 관심도 제약 바이오에서 이차전지(배터리)로 옮겨가며 타격을 입었다.
◇임성기연구자상, 총 8억원 지원
그럼에도 재단은 연구지원 사업에 끊임없는 투자를 단행했다. '임성기연구자상'이 대표적이다. 혁신 신약을 위해 반드시 기초과학 연구가 선행해야 한다는 임 회장의 철학을 계승한 것이다. 재단은 매년 생명공학·의약학 등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낸 연구자를 시상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재단은 매년 임성기연구대상에 선정된 1인에게 상금 3억원을, 젊은연구자상에 선정된 2인에게 각 5000만원을 수여하며 연구 의지를 북돋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임성기 연구대상·젊은연구자상 등 수상자 6명에게 총 8억원을 지원했다.
재단이 기초과학 연구자를 지원하는 배경은 생명공학이 뒷받침해야 혁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 회장은 생전 기초과학과 응용 연구가 바이오 신약 산업의 초석이지만 지원받기 어렵다며,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에선 임 회장이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바이오산업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고 한다.
의료 미충족 수요가 큰 희귀난치성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치료제가 없는 희귀 질환의 신약개발을 도모하려는 임 회장의 노력이 보이는 대목이다.
재단은 현재 '소아염색체 이상에 따른 극희귀질환의 기초 및 임상연구'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재철 성균관대 약대 교수와 이인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화학융합생명연구센터 연구원이 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해마다 재단으로부터 각각 지원금 2억원을 받는다. 지원기간은 3년이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과제의 질환은 국내 환자 수가 연간 100명 이하로 유병률이 매우 낮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재단 총자산 746억원…대부분 주식
재단은 2021년 4월 6일 송영숙·임종윤·임주현·임종훈 등 오너일가의 상속재산 일부를 출연해 설립됐다. 부동산 및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식 등이 출연재산이다. 송영숙 회장은 20억원의 현금을 추가 출연했다.
2021년 재단 총자산은 총 1183억원이었으나 지난해 746억원으로 줄었다. 재단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가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재단 자산에 소속된 한미사이언스 주식 가치는 1116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기준 6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외 롯데월드타워동 5005호도 재단 자산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재단이 운영 중이다. 장부가는 57억원 규모다. 임 회장이 2017년 매입한 부동산으로 타계 후 오너일가의 상속분이 재단으로 출연됐다.
자산 대부분이 주식으로 형성돼 있는만큼 지원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꾸준한 기부금이 필요하다. 이에 작년에 한미약품이 3억원을 출연했다. 제이브이엠과 온라인팜, 한미정밀화학도 각각 1억원을 추가 출연했다.
재단의 등기임원으로는 오너일가가 참여하고 있지 않다. 임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만이 고문으로 자리하고 있다. 다만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사장 및 대표는 이관순 한미약품 고문이 맡고 있다. 이사로는 이희성 법무법인 화우 고문(전 식약청장), 방영주 방앤옥 컨설팅 대표(전 서울대 의과대 교수), 김창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전 중앙대 총장), 천성관 김앤장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있다. 감사는 오종진 삼일회계법인 전무와 조정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한미약품의 오픈이노베이션과는 독립적"이며 "투자가 아니라 과학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순수한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