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한아름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3세 경영과 부친을 이을 '제빵왕' 타이틀을 둘러싸고 본격 경쟁에 나섰다. 그간 그룹 내 글로벌 사업은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구도에서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까지 뛰어 들면서 형제간 경쟁체제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최근까지만 해도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 사장인 장남이 왕좌에 더 가까웠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차남이 글로벌 사업을 중점으로 둔 현장 경영에 나오면서 이 같은 분석이 뒤집혔다. 점차 윤곽이 드러나는 듯 했던 후계구도가 안갯속에 빠진 셈이다.
국내 사업과 신사업 발굴을 도맡던 허희수 부사장이 북미 양산빵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경쟁에 불을 지폈다. 허 부사장은 지난 3일 미국 최대 아시안 유통 채널인 H마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알렸다. 그는 현장에 직접 나서 브라이언 권 H마트 대표와 만나 다각적인 논의도 가졌다.
양사는 호빵 등 기존 납품 품목 90여개에서 가짓수를 늘리고 내년 상반기에는 베이커리 자체브랜드(PB) 제품을 공동 기획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푸드 제품군으로까지 협업 범위를 확대하면서 H마트 신규 해외 유통 채널에 전략적 상품공급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현재 연간 20억원 수준이던 수출량을 연간 100억원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허 부사장이 지난 2월 SPC삼립과 태국 CP그룹 유통계열사 '시암 마크로'와의 베이커리 공동사업 파트너십을 주도한 데 이어 미국 H마트와 업무협약까지 체결하는 등 해외 사업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그의 행보를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도 내놓는다. 3세 현제들간의 승계 레이스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않다. 임직원들이 인정하는 리더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경영성과가 필요한 만큼 보폭을 넓힌 행보라는 해석이다.
그간 글로벌 사업은 허 사장이 총괄해 왔다. 그는 △미국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여왔다.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캐나다·유럽 등 전 세계 450여곳에 진출을 이뤘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에는 프랑스 프로축구 구단 파리 생제르맹(PSG)과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며 스포츠 마케팅에 나섰다.
허 부사장은 정보기술(IT)계열사인 섹타나인과 비알코리아에서 각각 신규사업부 책임임원, 전략총괄을 맡고 있다. 앞선 2016년에는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왔다. 2020년에는 캘리포니아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을 도입해 국내 파인캐주얼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부사장의 글로벌 행보로 형제간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후계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SPC그룹은 허 사장과 허 부사장 간의 경쟁구도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룹 관계자는 "허희수 부사장은 쉐이크쉑·에그슬럿·크래프트하인즈·초바니 등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사업을 맡아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며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 및 브랜드 도입에서는 가장 많은 역할을 해 온 데다 해외 식품 업계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만큼 허희수 부사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