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중국이 외국인 투자자를 차별하는 규제 관련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테슬라 금지령'이 완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에 해빙 기류가 나타나며 중국이 화해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상무부는 최근 외국인 투자 기업을 차별하는 규제와 조치를 시정하기 위해 특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중앙부터 지역정부까지 각 부서와 공공기관, 관련 단체가 제정한 법률과 규정 등을 전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외자기업의 제품·서비스를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것 △외국인 소유 브랜드를 이유로 외국인 투자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정책 지원을 받는 데 추가 조건을 설정하는 것 △외국 기업의 현지 입찰·정부조달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것 △외국인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차별하는 것 △외국 기업에 투자 제한 조치를 설정하는 등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것 등의 행위를 살펴본다. 이후 관련 지역·부서와 연계해 후속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국 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철폐한다는 방침을 세운지 약 10일 만에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와 '웨이보' 등에서는 중국 관공서에 설치됐던 테슬라 차량 진입 금지 표지판이 철거되고 있다는 목격담이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만큼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지난 2021년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 있는 국가 기관 건물에 테슬라 차량을 주차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차량에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보안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미국 기업인 테슬라를 상대로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해묵은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관계 악화로 중단됐던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했다. 펜타닐 원료 유통 차단에 협력하고 인공지능(AI)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한 소통 창구도 확보키로 했다. 다만 반도체 등 첨단기술 관련 대중국 수출통제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보였다.
중국이 사실상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목했던 테슬라에 대한 규제를 일부 풀어주는 등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민 만큼 미국도 이에 화답할지 주목된다.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미국의 중국 반도체·반도체 장비 수출통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