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컨테이너선과 벌커(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전용선), 탱커(액체를 운반 할 수 있는 탱크구조의 선창이 있는 선박)등 3대 상선의 내년 시황이 엇갈릴 전망이다.
내년 컨테이너 해운 시장은 선복 과잉 공급 현상이 본격화되는 반면 벌커·탱커 부문은 톤마일(ton-mile)과 원유 소비가 증가하면서 시황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내년 컨테이너선 수요는 올해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9%로 예측되는 데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이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탓이다. 컨테이너선 공급량 증가율이 10% 내외로 수요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선대도 증가세다. 컨테이너 시장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해 수요와 공급 밸런스의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해운·항만 분석기관 라이너리티카(LinerLytica)에 따르면 현재의 컨테이너선 인도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이같은 공급 과잉 현상이 앞으로 약 2년간 이어질 예정이다. <본보 2023년 10월 8일 참고 '컨선 하루 한 척 꼴로 인도'…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선대 증가>
공급 과잉에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도 하락세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4일 기준 993.21 포인트(p)를 기록했다.
김병주 KMI 전문연구원은 "2024년 신조선 인도량은 391척, 294만TEU이며 해체량은 40만~60만TEU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며 "해운시장에 인도되는 신조선은 5000TEU급 이상이 전체의 약 85%에 달해 공급 과잉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탱커(유조선)와 벌커 해운 시황은 긍정적이다. KMI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톤마일 증가, 글로벌 경기 회복, 원유 소비 증가에 유조선 운임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경기 부양에 따른 주요국 원유 소비 개선, 교통수단 등의 연료유 수요 증가로 유조선 물동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 해운업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그리스 선주들도 탱커에 가장 많이 투자했다. 고유가로 해저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를 시추하는 해양플랜트와 이를 실어 나르는 원유운반선이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본보 2023년 11월 11일 참고 그리스, 고유가에 탱커 발주 급증>
다만 유조선은 내년에 인도되는 신조선이 없는 데다 해체 선박이 5척 발생해 올해 대비 선복량은 0.5% 감소할 전망이다.
벌커 부문은 내년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물동량 증가율이 2.7%로, 선대 증가율인 1%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 인도량은 올해 대비 37.5% 감소한 700만톤, 해체량은 77.8% 급증한 320만톤으로 집계된다. 조선업계 수주 잔량은 2550만톤으로 점쳐진다.
벌커선 화물은 석탄이 중국과 유럽의 재고 증가로 감소하는 반면 철재와 기타 화물은 경기 부양과 유럽 경기 회복, 인플레이션 완화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